나이 마흔, 안하덧 짓을 다하게 되는 나이.
그러므로, 심성들은 대체로 착하나, 성별, 직업, 가정환경 등에 따라 사회의 곁그늘에서 주로 비껴서 살며, 남들.일할때는 자고, 남들 잘때 일하거나 놀다 늦은 밤 이른 새벽 되어서야 출출한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자 사람들 모이는 심야식당에서, 게이보이 코스즈 씨는, 그토록 술과 여자를 밝히던 어느 중년 사내가 갑자기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자 질색팔색을 한다. 싫다아, 갑자기 양파즙 같은거 챙겨먹고 그러는거 아니야?
젊은 나이엔 누구나 그렇고, 나 역시 그랬다. 인생사 공수래 공수거라며, 제 무슨 맨손으로 소뿔 쳐날리던 대산배달 최영의 총재라도 되는 양, 걸게 먹고 마시고, 되는대로 치고 차고 던지고 조르다, 책을.베개삼아 자던 청춘은 이제 없다. 지나간 시간들은 되돌릴수 없지만,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나는 나라에서 그렇게 내 몸 걱정해줄줄 몰랐는데, 건강보험에서 날아온 통지를 보니, 꾸준히 훈련해온것 치고는 몸이 기대 이하였다. 하기사 피곤해서 늘 커피를 달고 사니 혈압이 높을테고, 술 줄인 것 빼고는 젊을 때와 식습관이 거의 다르지 않게, 급히 먹고, 자주 먹고, 배불리 먹으니, 언제부터인가 좀처럼 없던 식곤 食困 도 생겨, 오히려 밥을 더 급히 먹고, 회사 밖 이삼십분이라도 걷다 오는 버릇이 좋다고 여기고는 있었다. 배 나온거야, 식단을 신경쓰지 않으니 당연하려니, 중요한건 힘, 체력, 유연성인데, 타격이 좋아지고 체력이 올라가, 크게 여기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체중도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훈련 꾸준히 해오던.이가 맞냐며 어머니 아버지 타박은 억울했지만, 사실 나도 약간 충격이었던게 이제 더이상은 운동으로 막을수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었다. 안그래도 최근에 잠이 또 헝클어져서 나는 일주일간 괴로웠댔다.
대회에 나오셔서 주섬주섬 글러브를 끼시던 어느 칠십대 이딸리아 노사범님을 뵙고 죽는 날까지 나도 그리 되리라 맘먹었다. 물론 주말부부 애 키우는 처지에 언감생심 총각때처럼 주5일 정련할수 없으니, 결국 이제 밥이었다. 술은 많이 줄였지만, 도저히 끊지는 못할것 같았다. 대신 커피를 더 줄였는데, 효과는 굉장했다. 나는 한 3일 봄철 병아리처럼 졸았고, 기본적인 영단어나 사람 이름도 떠올리지 못했으며, 절기앓이로 닳은 몸에 기력까지 빠져, 진짜 악착같이 버텼다. 5일쯤 되어서야 이른 아침에 한모금쯤 입에 대었고, 훈련량은 온몸이 배기도록 늘리고, 힘과 유연성 기르는 일에 치중했다.
커피를 줄이고, 도시락을 싼다 하자 너는 전화기 건너편에서 웃었고, 아내는 좋아했다. 체중을 좀 줄이고, 혈압만 낮추라 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밥양을 줄이고, 어머니처럼 입안에 든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는다. 아침에 일어나 유연성 훈련을 하고, 도시락에 집밥, 채소, 말린 가지무침을 담았다. 편의점에서 싼 닭가슴살도 두어개 샀다. 오늘은 역사적인 첫날이다. 내가 잘할수 있는건 많지않은데, 남들이 하건 안하건, 무엇이든 쌓아두듯, 조금씩 매일 끈질기게 하는 일만큼은 매우 잘한다. 몸을 유지하는 일도, 이제 나의 과제에 추가 되었다. 무엇이든, 버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