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대성당.. 아니, 대법관들의 시대.

by Aner병문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청년이 그 믿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항소하고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이 옳다고 결정지었다. 그 이유는, 피고가 절도, 몰카범죄 등으로 처벌받아 교리를 어겨 신도로서 제명당했으며, 다시 그 직분을 되돌려받긴 했지만 올바른 신도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 교파를 믿는 교인이고, 술도 못 끊은 늘 불민한 성도이므로, 타 교파를 평가하고자 하지 않고, 또한 한 개인의 사회적, 윤리적 태도를 평가할 자격도 마음도 없다. 그저 오로지 법가의 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는 나로서도 난해하고, 실제로 겪어본 바는 몇몇 지인과의 대화 내지는 그 유명한 영화 "방문자" 로 본 것이 전부다. 곁가지를 다 쳐내면 "꼴통" " 또라이" "광신도" 소리 들어가며 속세에서 규율을 지킨다는건 성직자에게도 실로 어려운 일이다. 우리 나라야 병역의무 때문에 집총거부 문제가 걸려 있긴 하지만, 믿음을 위해 피와 육류와 까페인을 거부하고, 의상까지 꼼꼼히 신경쓰는 그들의 생활은 존중하기는 힘들어도 존경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식교인으로서 의무병으로 참전하여 핵소 고지의 신화 같은 실화를 일으킨 데스몬드 도슨 상병 같은 이도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여호와의 증인의 집총거부 문제나, 그 성도의 과거 이력은 둘째치더라도, 법이 과연 이 성도가 올바른 성도인지 판단가능한 주체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법은 인간 행위의 결과만을 본다. 그가 왜 죄를 저질렀는지, 정말 회심하여 새 사람이 되었는지 알려하지 않는다. 사람은 본디 갈대처럼 흔들리고 연약한 죄인이라는 고찰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피고의 행동만을 파악하여 값어치를 매긴다. 그래서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믿고 싶다.)




이러한 법치주의 시대에 살다보니, 구무완인ㅡ입에 올라 온전한 이가 없다. 누구든 유명세를 얻으면 어느덧 혹독한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요즘은 오히려 유명하지 않은게 낫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폭로! 의혹! 알고보니! 해명! 따위의 머릿글들만이 즐비한 매체들을 보니, 참말 우리는 모두가 판사인 대법관들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를 모두 헤집어 흠결없는 이들만을 찾으려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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