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번외편 ㅡ 늘 할 건 해야 한다!

by Aner병문

아내는 한 달에 한두 번 낙인 저출산 대책 회의를 가시고, 이제 슬슬 몸 움직임에 익숙해진 일곱 달 딸내미는 잠을 예전처럼 깊게 들고, 나는 아내가 돌아올 동안 어두운 거실에서 소리죽여 뉴스 틀어두고 혼자 기초수행과 섀도우를 반복했다. 창시자님 스스로도 태권도는 도복 한 벌만 있으면 어데서든 돈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훈련할 수 있고, 도복조차 여의치 않으면 "러어닝 샤쓰와 판츠" 만으로도 능히 강해질 수 있는 무공이라 하셨으니, 사실 제 몸을 단련하는데 의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못할까 싶다. 유급자 시절, 인천에서 처음으로 겪었던 세계대회에서 네팔 대표 선수단은 깎아지른 산등성이 새로 도장 한 칸 마련키도 쉽지 않아 돗자리 하나 펼쳐두고 메마른 삭풍과 햇볕을 견디며 태권도를 한다 들었다. 네팔 선수단의 고문이자 한 도장주는 영어는 물론이고, 한국어조차 나보다 더 잘하시는데다가, 콧수염도 멋들어지게 기르신 무려 변호사셨는데, 한때 신촌에서 오래 머물며 서울시청에서 계약직으로도 일했었다면서, 네팔 또한 한국처럼 부유하고 풍요로워져서 태권도를 맘 놓고 편히 할 날만 기다리신다 했다. (개인적인 의견일 것이다.)




TV 속 세상은 여전히 정이 붙지 않고 험난하다. 과일과 같은 이름의 투자회사는 무려 청와대에까지 불똥이 튀었고, 대통령의 말씀에도 청와대는 CCTV가 없노라 뻗대었으며, 부동산 정책은 경제부총리조차 어떤 집에 살게 될지 귀추를 주목케 했고, 사람들은 투기에 골몰하여 돈이 있는 곳 어데든 개미떼처럼 몰려다녔다. 그러므로 사실 이렇게 험난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그저 제 마음대로 능히 쓸 수 있는, 건강한 몸이나마 하나 있어 다행일 따름이다. 아령으로 기초수행을 하고, 주먹과 발차기와 무릎을 섞어 섀도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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