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SBS 스페셜, 10월 25일자 방영

by Aner병문

기획 박상욱, SBS스페셜, "일은 내가 할게, 애는 누가 볼래?" 10월 25일자 방영, SBS 제작, 2020.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곽 선생이 말하기를, 교생 시절이나 고시생 시절, 그리고 현역 교사일 때 눈여겨보는 교육감이 다 다르게 되더라고 털어놓았다. 개인적으로 학생들 생활에 깊이 관여하는 교육감 선거에 학생들 또한 투표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를 근 3년만에 처가에 바래다주고 온 토요일,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출발하던 흔적을 치우다가 그 피곤한 시간에도 보지 아니할 수 없었다. 코로나 시대에 마주친 맞벌이 부부의 육아고충이라니, 조만간 남일이 아니지 않은가.



방송 자체는 아주 평이하게 흘러간다. 직장에 따라 코로나 시대에 그나마 어데 맡기지도 못하게 된 자녀들을 제각기 가정 환경에 맞게 양육한다. 까페하는 어머니는 갓난쟁이 돌보는 CCTV를 설치하고, 비교적 여유가 있는(?) 직장인 어머니는 무려 낮 엄마, 저녁 엄마ㅡ 두 명의 도우미를 버팀목 삼아 매일 야근 중이며, 치과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아예 딸아이를 병원 한 구석방에 놀린다. 결국 이 어머니들의 요구는 안정적인 육아 공간 및 정책을 국가가 앞장서 지원해달라는 것이며, 방송은 역시 대부분 그렇듯 북유럽 복지국가ㅡ덴마크를 견본으로 내놓았다. 부모의 탄력근무제, 이른바 아난딸로Annantalo 로 불리는 북유럽식 돌봄 시스템 등을 대안으로 소개했으며 이제 아이는 부모뿐만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에서 함께 양육해야한다는 전문가의 멋들어진 말로 끝맺었다.



사실 현실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방송 말미 전문가의 첨언은, 지역 사회 구성원 전체가 후대를 교육시키며, 그 안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 또한 자연히 지역사회의 고리 안에 편입된다는, 유사배의 균력주의를 연상케 한다. 청대 말, 서양 외세로부터 신음하는 중국에서, 그는 지역 사회의 모든 어른들이 각자의 지혜를 골고루 전수하여 전인적 인간을 길러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과연 그 것으로 끝인가?



방송의 한계인지 , SBS스페셜은 중요한 전제를 파고들어가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부모가 가정을 꾸려나갈 시간까지 빼앗기며 사회의 노동자로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그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부모들이 계속해서 직장에 묶여 있고, 자녀들이 태권도 "학원" 과 보습과외에 매여 있는 한, 단순히 국가가 마치 북한 탁아소마냥 전면적으로 양육해준다 해도 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북유럽 수정자본주의나 복지체제도 완벽한 것은 아닌데, 그저 홍세화 선생마냥 일단은 프랑스가 우리보단 선진적이니까ㅡ하면서 겉핥기 식으로 지나고 만 방송이 너무 아쉬워 아직 설익은 애비로서 기어이 몇 자 적는다. 피자 사달랬더니 피자빵 사주고, 술 달랬더니 물 줬으며, 태권도 가르쳐달랬더니 태권댄스 가르치는 격... 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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