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번외편 ㅡ 몸을.움직여 생각의 때를 빼는 일.

by Aner병문


아침 훈련을 못해서 퇴근한 후 야밤에 간소하게나마 훈련을 하려고 하니, 저녁.훈련을 마치고 도장.정리를 하고 퇴근했을 젊은 열혈 부사범님은, 헐, 달밤의 체조… 화이팅! 하였다. 아침에 갑자기 생긴 집안일로 나는 출근전 훈련가던 길을 꺾고 돌아와야했다. 폭염 때문인지 그나마 오전반 수련자들께서 오늘따라 아무도 못 오시어 다행이라 여겼다.



못한 훈련은,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찜찜하게 몸과 마음에 남았다. 소은이 자는 거실 옆방.닫아놓고 불켜니, 선풍기 틀었어도 이미 땀이 한강이었다. 오랜만에 켜둔 실화탐사대에서는, 자신의 성별을 결정치 못하고 갈팡질팡하다 사기꾼한테 당할뻔한 젊은이가 나왔다. 그의 모습은 젊은 날 나와 같았다. 성별의 혼란은 없었지만, 정체성의 고민이 깊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타고난 자신의 성性에 확신이 없는 이가, 삶의 출발점을 정하기는 어려울 터이다. 나 역시 타고난 내 존재 자체를 의심했다. 나는 교회부터, 학교, 각종 도장, 미술관, 밴드, 식당, 술집, 살사 바 bar 등, 내 정체성을 세울수 있는 곳을 찾아헤매었다. 나는 이미 있는 나를, 자꾸 찾아헤매었다. 나부터 나를 무시했기에 나는 이미 있는 나를 바라보려 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삶이란,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요청으로 이 폭염에 가던 길도 꺾고 되돌아가는 듯한 과정들로 점철되어 있다. 내 뜻대로 밀고 가는 길이 얼마나 되랴. 가정, 직장과도 같은 의무로부터 야망, 욕망, 소망 같은 내 스스로의 족쇄까지, 나는 사실 어찌보면 늘 내가 꿈꾸고 바라는 허상을 만들어두고 그에 끌려다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소위 말하는 멘토를 자꾸 바라고, 누군가의 강연을 들으려하고, 인생의 정답이 있는듯 살려한다. 내 뜻대로 살기 어려워 그렇다. 그토록 속세에 초연한듯한, 현대의 젊은 승려들도 각자의 자본과 가정 때문에 뭇매를 맞지 않던가.



그러므로 현명한 나의 아내는, 여보야, 물이 오거든동, 물인갑디이, 생각하고 그냥 둥둥 흘러가시소마, 물에 거슬리바야 휩쓸리삔다 아입니까, 하였다. 핫따, 여보가 역시 현명허네이, 근디 물이 닿기만 해도 엄채(엄청) 뜨건디 그건 어찔까? 하고 농으로 넘기고 말았으나, 시류에 거스르지 말고 기도하며 흘려내고 버티고 이기라는 성경의 말씀과 아내의 지혜는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자꾸만 울뚝밸을 부리려는 나를 꺾고, 깎고, 덜어내려고 이 야밤에 기어이 땀을 흘린다. 성현의 글을 읽고 외우는 일은, 그 위에 쌓는 방향이다. 그러니까 흘러가도 최소한 추처럼 닻처럼 내 뿌리는 박아두고 흐르겠다는 말. 어델가나 처자식 곁엔 있어야할 것 아닌가 말이다.



오늘의 훈련

ㅡ 주먹 위주 맞서기 연습 5회전

ㅡ. 불가리안백.20회 들기 5번.

ㅡ. 앞차부수기, 뒷차찌르기, 옆차찌르기, 돌려차기 좌우 50번, 끝.

대략 삼십분이었는데, 진짜 땀으로 훅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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