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훈련일지 1509일차.ㅡ 뱁새와 황새

by Aner병문


그 동안 목, 어깨, 손목, 팔뚝, 팔꿈치가 많이 아팠다는 이야기는 했다. 하여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꼭 병원에 가서 진단 받고 주사 맞고 약도 먹었으며, 훈련도 방향을 바꾸고, 단련 강도 및 양도 많이 줄였다. 아내, 양가 어르신들, 사범님, 의사 선생님, 그리고 너와 곽선생 말까지 더하여 할수 있는데까지 줄였다. 다만 도저히 안할수는 없었다. 좌우지간 훈련량을 줄이니 고통도 덜했지만, 그동안 그나마 공들여 쌓아놓은 힘이 약해지고, 기술들이 둔감해지는 일이 아쉬웠다. 이십년 넘게 각종 무공을 해왔으므로 어떤 기술들은 아직도 내 몸에 남아 있는가 싶어 영화처럼 놀랄 일도 분명히 있지만, 반면 그토록 오래 해왔음에도 금세 잊는가 싶어 놀랄 떄도 종종 있다. 이를테면, 나는 신혼여행 다녀와서 2단 승단 심사를 봤는데, 뜨거운 괌의 한낮 호텔 체력단련실 안에서 연습했던 틀들이 가물가물했는가 하면, 아이를 키우느라 잠시 태권도를 놓았던 약 8개월 동안, 주 5일동안 거르지 않았던 태권도의 기술들이 기억나지 않아 놀랐던 나날들도 분명히 있었다. 지금도 12년째 태권도를 하고 있다 자부는 하지만, 회사나 육아에 바빠 1주일 정도라도 소홀히 하면, 가뜩이나 복잡한 2단, 3단 틀의 연무선, 동작들이 모두 헷갈리곤 한다. 그 예로, 나는 최근의 대회에 오랜만에 나갔다가 3단 마지막 최영 틀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한참 헤맸다. 부끄러운 일이었다. 금간 바가지에 물 담아 새듯, 그나마도 없던 실력이 무너지는 일을 보기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므로 선생님은, 내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시면서도, 한편으로 양을 줄였을 지언정 여전히 턱걸이며 팔굽혀펴기를 비롯한 훈련 자체는 하고 있다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시었다. 대단하시네요. 쓴웃음을 지으시며 한 마디 하시었다. 그래도 많이 좋아지셨어요. 하며 누르시는 손목, 팔뚝 등은 아닌게 아니라 고통이 없었다. 다만 팔꿈치는 안쪽이 바깥쪽보다 좀 더 덜 아프다는 점을 제외하면, 누를때마다 여전히 아팠는데, 특히 턱걸이를 손등 어느 방향이든 하고 나면 쩡쩡 울리는 일은 여전하였다. 그나마 손목이나 팔뚝이 아프진 않으므로 틀 연무를 하거나 맞서기를 할때 팔을 자신있게 뻗을 수 있게는 되었으나, 모든 찌르기나 떄리기, 뚫기에도 회전은 반드시 들어가므로, 회전의 축 역할을 해주는 팔꿈치가 아플때 나는 여전히 섣부르게 주먹을 뻗기가 어려웠다. 고통은 덜어졌으나, 멀어지진 않았는데, 여전히 훈련을 놓을수도 없었으므로, 나는 석가께서 말씀하신 집착과 고집이 바로 이러한 것인지, 알수 없었다. 다른 사제사매들이라면, 당장에 쉬라고 얘기했을 나였다.



흔히 파베르 테스트라고 하는, 한쪽 다리를 오므려 반대쪽 무릎 위에 올려 4자 모양을 만들떄, 나는 왼쪽 다리를 위로 올리기는 좋았으나, 오른쪽 다리는 무릎이 조금 위로 올라갔고, 고관절이 삐걱거렸다. 발차기를 부쩍 많이 연습하던 작년 봄 무렵, 나는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 선생님께 마찬가지로 고관절에 석회가 쌓여가는 중이라고 비싼 주사를 여러대 맞았다. 그 이후로는 유연성 훈련에 더욱 매진하여, 겨우 아픔은 멎었고, 발도 예전보다는 잘 차게 되었으나, 주로 쓰는 오른발이 더 무리한 탓인지 불균형한 이물감은 항상 느껴왔다. 그떄마다 아내는,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사람 몸은 조금씩 다 비대칭이 있는기라,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따로 있는데 우찌 몸이 똑같겠능교? 신경쓰지 마이소, 하곤 했다. 그렇지만 늘 유연성 훈련을 할때에도 오른무릎이 왼무릎보다 조금은 올라가 있는데다, 유튜브에서도 좌우가 똑같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자꾸 그러니, 결국 선생님께도 한번 여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선생님은 픽 웃으며, 아내와 같은 말을 했다. 사람이니까, 좌우 비대칭은 어느 정도 다 있는 겁니다, 그정도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유튜브는 그냥 일반적인 이론을 말할뿐입니다, 요즘엔 정보가 너무 많아서 골치예요 정말, 환자분도 도장에서 누가 유튜브 보고 와서 뭐가 어떻다더라, 그러면 받아들이기 어려우실 것 아닙니까. 하기사... 글죠이, (그동안 많이 편해져서 사투리 나옴) 사람마다 팔다리 다 다릉게, 찌르기, 발차기 다 다르게 나올수 있죠이.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유튜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차라리 병원 와서 물어보십쇼, 그게 낫습니다.



어쨌든 목요일은 그러느라 또 훈련을 못하여, 금요일은, 다행히도 사범님과의 오전 일정이 일찍 끝나 도장 오전 훈련을 참석할 수 있었다. 사범님의 어린 아들이 병원에 생각보다 오래 있어, 도장 가기 전 짐을 좀 들어드릴 일이 있었다. 그 나이때 아이는 이래 아프고 저래 아프며 크기 마련이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회사에서 야간 근무를 주로 도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오전반을, 열혈 부사범님은 오후반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오후반 훈련을 끝마치고 또 몇 시간 못 재우고 아침 일찍부터 오전반을 올려보내게 되니, 아무리 젊은 아가씨라도 미안하였다. 다행히도 오전반 가기 전까지 이십여분 정도 시간이 남아 전화걸어 너스레를 떨었다. 어야, 애기 부사범님(가끔 애칭), 새벽근무허느라 고생이 많네이~ 늘 오전 늦게까지 자는 열혈 부사범님 놀리느라 하는 말이었다. 전화 바깥에서 젊은 아가씨의 숨넘어가게 웃는 목소리가 짤랑대는 방울 같았다. 점잖으신 김 선생님, 열혈 부사범님 커피 한잔씩 돌려 마시고, 오전반 연습을 해보았다. 졸지에 혼자서 검은 띠 부사범 둘과 연습하게 된 김 선생님의 마음이 어떠셨을지 상상이 간다.



오후반- 저녁반에는 업무를 마치고 오는 젊은, 그리고 오래된 사제사매들이 많기 때문에, 오전반을 올 일이 잘 없는 열혈 부사범님도, 아주 나이가 어리거나, 아니면 연세가 충분히 있어서 더이상 사회적 일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오전반 구성원들의 훈련이 어떨지 궁금한 기색이었다. 그나마 오전반에서는 내가 실제로도 가장 젊고, 단이 높으신 고수가 아니라면, 그나마 신체기능도 내가 제일 나은 편이라, 현재의 오전반에서만큼은 내가 부사범 노릇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스스로 목표를 세워서, 어서 내 수준을 뛰어넘어 열혈 부사범님에게 가서 배우라고 권하곤 했다. 가만히 가늠해보니, 대부분 늦어도 파란띠에서 빨간띠 정도면, 내가 슬슬 상대해주기 어려웠고, 두어번 같이 뛰어주기만 해도 숨이 턱에 찰 정도였다. 나는 평소 나의 사제사매들에게, ‘모든 지도자들이 다 카카시일수 있느냐, 이루카 선생님도 있어야 나루토한테 기초도 알려줄거 아니냐.’ 하고 너스레를 떨어왔다. (근데 나루토는 언제부터인가 너무 눈알 싸움이 되어서 ㅠㅠ 난 록 리를 제일 좋아했었다.ㅠㅠ)



원래 젊었을때 킥복싱을 하셨던 점잖으신 김 선생님은 날이 갈수록 몸에 근육이 붙으시고, 활력이 생기면서 자세가 견고해지셔서, 옛날의 실력을 많이 되찾으셨다. 원래도 신체 기능이 나쁘지 않으셧던 데다, 기본적으로 키가 크시고 팔다리가 길어 나는 사실 늘 긴 팔다리 너머로 선생님의 얼굴이나 상체를 노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에는 찌르기를 적극적으로 뻗기 시작하시면서 나도 안면 타격을 허용하는 일이 잦아졌다. 선생님은 최근에 아주 조심스럽게 ITF태권도도 헤드기어 등의 호구를 좀더 착용하고 한다면 더 적극적으로 해볼 수 있을듯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치셔서, 나는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였다. 여하튼 선생님은 긴 팔다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서, 물론 너무 섣불리 무릎을 올리셔서 가끔 다리 사이(!)나 엉덩이를 걷어차는 변칙적인 발차기를 구사하시긴 하시지만, 규칙없이 싸운다면 그 또한 선생님이 잘 싸우신 것이다. 나는 날이 갈수록 나보다 신체 기량이 월등한 선생님을 상대하기가 버거워서 더 많은 기술을 쓰려고 연습중이다.



오랜만에 손발을 맞춰본 열혈 부사범님은, 정말로 이동이 많이 늘었다. 나도 한때 나의 보법과 발차기부터 다시 잡으려고, 옥상도장에서 발바닥이 찢어지도록 버티고, 걷고, 뛰고, 미끄러져가며 연습한 적이 많다. 열혈 부사범님은, 젊고, 재능이 있으며, 사범님꼐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래 배운 실력자다. 국내외 여성 선수들 중 상위권에 있다 할만하며, 특히 틀 연무는 사범님과 가장 흡사한 느낌이 난다. 허공에서 맞서기 연습을 혼자 할때는, 그야말로 무협지 여주인공처럼 양손발을 그림처럼 뿜어내고 거두는, 황홀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동안 맞서기에서 항상 고전을 면치 못한 이유는, 체중과 경험이 부족하고, 나처럼 거리를 둘 수 없는 사람이 밀고 들어올때 제대로 이동하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그 날 아침의 열혈 부사범님은, 정말로 전후좌우로 빠르게 잘 움직였다. 나도 그동안 놀지 않았으므로, 마찬가지로 열혈 부사범님을 쫓아다녔는데, 기술 싸움을 하면, 당연히 내가 질 수밖에 없으므로, 열혈 부사범님이 나를 공격할 수 없는 거리로 내가 몰아넣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한 지점에 도달하면, 열혈 부사범님은 번개같이 빠르게 움직여서 치고 빠졌으므로, 나는 결국 옛날 권투하던 방식으로 양 어깨를 사용해서 열혈 부사범님을 도장 구석에 몰아넣고 나서야 비로소 타격을 넣을 수 있었다. 그래도 둘다 검은띠라고, 무작정 치고 받기보다는 수싸움이 되었는데, 앞서 말했듯, 내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열혈 부사범님보다 현저히 적었으므로, 나는 어떻게든 내 거리에서 열혈 부사범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따라다녔다. 팔다리가 짧은 근거리 타격가에게, 경기 끝까지 쫓아다녀야하는 체력, 끈기, 인내심은 정말 소중한 것이다. 열혈 부사범님은 오전에 이렇게 땀을 흘릴 줄 몰랐다며 새초롬하게 웃었다. 뱁새가 황새 실컷 쫓아다니다 끝났지만 모처럼 더욱 즐거운 훈련이었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맞서기 기본 훈련

맞서기 돌아가며 2회전씩

유연성 정리

관절기 하나씩 알려주기(사범님 안계실때 재미삼아 내가 하나씩 재미삼아 요령만 알려주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