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534일차 ㅡ 자극받는다는 것

by Aner병문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가장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했다. 반주로만 국한되던 피아노 연주를 예술의 한 분야로까지 끌어올렸으니 실로 위대한 사나이다. 그런 그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약속한 날짜까지 끊임없이 창작하기 위해 스스로를 혹사해야 했다. 한편, 서양골동양과자점에서 제빵제과를 배우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는, 젊고 잘생긴 어느 전직 권투 선수는, 그러나 ‘권투와 제빵 중 어느 쪽이 더 좋냐’ 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대답한다. ’권투야. 아무리 약한 선수라도 다시 권투를 할수 있다면, 나는 돌아갈거야.‘ 링 위의 쟈니즈(원작 만화), 링 위의 냉혈 꽃사슴(한국판 영화) 이라 불리며 그토록 좋아하던 케잌도 시합에 이기면 하나씩만 먹던 청년도, 늘 주먹을 겨루는 자신의 무대를 그리워한다.


어쩐지 요즘 자주 말하는 듯하지만, 태권도는 내 본업이 아니다. 싸워서 이기고픈 내 본질과는 가까울지 모르나 재능과도 거리가 멀다. 내 스스로 태권도가 본업이 아님을 이토록 자주 말하는 이유는, 예전부터 그래왔지만 내 삶의 많은 비율이 태권도에 몰려 있기 떄문이다. 단순히 아이 보내놓고 하루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연습량만 놓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치자면 나는 하루 여덟 시간이상 일을 하고, 주말을 포함해서 항상 아이와 함께 있으려 노력한다. 시간과 비율에 상관없이, 태권도를 할때 내 몸과 마음과 정신은 불붙인듯 꺠어나고, 비로소 활기가 살아나며, 마음 에서 문장도 줄줄 새듯이 나온다. 문제는 이 시간이 지나고 몸의 활기가 줄면 다시 피로가 쌓인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많은 요즘인데, 덧붙여 최근 들어 예전만큼 글을 읽지 못햇는데, 여러 가지 번잡스러운 일들이 많으니, 차라리 떨어내고자 몸부림치며 훈련할순 있어도, 글은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최훈 선생의 야구 만화 연작, 그리고 종합격투기를 소재로 한, 비교적 현실적인, 내 스스로 격투만화계의 ’미생‘ 이라고 할만한 올라운더 메구루, 는 꾸준히 보고 있다. 두 만화는 구기와 격투 스포츠를 소재로, 삶의 방식을 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고 있다. 이 만화에는 어마어마한 ’필살기‘ 도 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소위 말하는 주인공 보정도 없다. 최훈의 주인공들은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는 있으나 쉽사리 그 재능을 꽃피우기 어려운 역경들이 도사리고 있고, 올라운더 메구루의 주인공 타카야나기 메구루는 치고 차고 던지고 조르는 종합격투기에서 두각을 드러낼만한 분야가 전혀 없어 고전한다. 그래도 모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상황에서 죽도록 노력하는데, 역시 노력이야말로 소년만화의 백미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노력할 수 없을때 노력하는 만화를 보며 심신을 달랬다. 책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도장 문을 열다가 칠판을 빼곡히 채운 글씨들을 보고 마음이 저렸다. 글씨가 동글동글하고 반듯하여, 평소에도 판서 를 잘하는 열혈 부사범님 글씨인가 했더니, 저녁반 삼촌뻘의 유단자 사제 형님들- 장 선생님과 김 선생님, 태국왕자가 주축이 되어 돕고, 열혈 부사범님이 거들었다고 햇다. 월요일은 오전반, 저녁반 모두 틀 연습을 하는 날이다. 각 기술들의 명칭을 나열하고, 중요한 요점을 써놓은 맥락이, 꼭 무협지 속 무림비급 요결을 모아놓은듯 하여 재밌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언젠가 사범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열혈 부사범님에게 지도하기 어렵거든 일단 무조건 써보라 했더니, 생긴건 아직도 중학생처럼 어리고 청초하지만, 연습하는 끈기 하나는 나 저리가라 할정도로 우직한 우리 아가씨 열혈 부사범님, 매일매일 끈질기게 써가면서 자신, 그리고 저녁반의 수련자들의 연습할 내용들을 정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잠시 나약하고 쇠약해지고 있을떄, 열혈 부사범님은 다른 사제들과 함께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하는 짓이 이뻐서 마음이 저리고 고마웠다. 연습을 끝내고 출근길에 전화 한번 걸었더니 아이 참, 저녁에 다같이 한건데요 뭐, 하며 겸손할 줄도 알았다. 많이 컸다. 하기사 흰 띠때부터 군계일학, 함께 온 동무들과 더불어 범상치 않기는 했었다.



덕분에 기운받고 자극받아 넘치게 연습했다. 생각해보니 올해는 벌써 4월이 되었는데 아직도 코스모스를 다 읽지 못했다. 조금 알듯하던 돌개차기와 나래차기도 다소 무뎌졌다. 그나마 여유를 두며 연습했더니 오른 손목과 팔꿈치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오늘은 연습량을 채운다는 생각보다 정말 주축이 되어, 주체적으로 힘차게 연습했다.




ㅡ 오늘의 훈련

유연성

유급자 4번쨰 원효부터 초단 마지막.틀 계백까지

체력단련 6종 모음 반복 ; 턱걸이 한 종류를 더 추가햇다. 턱걸이를 양 어꺠에서 그대로 올려서 손등 앞으로 한번, 뒤로 한번 하기 전에, 양 팔을 한선에서 일렬로 겹쳐서, 즉, 철봉을 가로 획으로 정면에서 보지 않고 세로 획 측면에서 앞손과 뒷손으로 잡는 방식으로, 꼭 해병대 목봉 체조하듯 하는 방식으로 했다. 쿠도 형님이 알려준 방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턱걸이 하는 건 전혀 생각해보지 못해서, 몸을 끌어올릴수가 없었다. 애초에 옛 턱걸이도 거의 1년 가까이 해서 겨우 돌아온 턱걸이였다. 다행히도 이 방식으로 턱걸이를 하려고 하면 엉덩이와 다리가 탈의실 양쪽 문설주에 닿게 된다. 그래서 팔로 최대한 몸을 끌어올리면서, 엉덩이와 다리로 밀어올리면서 끌어올리듯 연습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돌개차기, 나래차기 반복

헤비백 치고 차기 2회전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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