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사마천, 김부식에서부터 서양의 헤로토도스, E.H 카에 이르기까지, 막스 베버부터 헤겔, 맑스며 단재 신채호 선생, 이덕일 선생(!)을 거쳐 방송에도 숱하게 나오는 구변좋은 입시강사에서부터 저잣거리 유튜버에 이르기까지, 다들 역사가 무엇인지 말하고자 안달하고 중점적으로 다루는 내용도 다르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역사가 인류의 변천사ㅡ즉 변화에 대한 기록이란 점은 공감햘 터이다. 그러므로 바깥 세상에서 역질이 퍼지고, 흉악범이 끝내 형기를 마치고 다시 본래 도시로 돌아오는 어지러움 속에서, 나는 밤낮으로 출근하여 가정을 건사하고, 술 마시고 책 읽고, 무공을 겉핥기로 익히며 아내와 함께 아이를 돌보고, 짬을 내어 1주일에 2번, 바다 건너 선생님께 세상을 아우르는 말을 배우지만, 이 필부의 삶이 천하에 한 점 무게조차 더하지 못하듯, 하물며 역사에 흔적이나 남을 것인가. 역사란 크든 작든 유지가 아니라 변화이자 흥망이기에, 이영도 소설 속 네 선민종족들은 마침내 신까지 가두어 정체된 역사를 깨려 하고, 가장 큰 변화인 전쟁까지 이끌어낸다.
십팔사략은 장대한 대륙의 역사를 추려낸 책이다. 배불뚝이 중학생 때부터, 나는 낮에는 오락실 무서운 엉아들에게 돈 뺏기고, 집에서는 공부 안하고 그런데 얼씬거리니 돈이나 빼앗긴다고 또 혼나고, 그리고 늦은 밤에 혼자 훌쩍이며 부모님 몰래 손전등 켜놓고 책을 읽었으므로, 돌아가신 고우영 화백의 작품도 비교적 일찍 접하였다. 강풀 강도영 선생은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뎃생을 찬탄했지만, 어린 나는 그저 나보다 훨씬 웅대하게 살아가는 의기천추 협객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빼앗겼다. 지금도 나는 형가와 한신의 이야기를 참말 좋아하는데, 하잘것없는 작은 영욕에 스스로를 내버리지 아니한 대장부였기 때문일 터이다.
아이가 벌써 내 흉내를 내어 제 아비 따르다만 독한 술병을 톡톡 건드려보는가 하면, 대체 저는 안 돌보고 뭘 그리 들여다보고 있는가 내 책 곁에 알짱대다, 흠 그리도 재밌는가, 제 몫으로 사둔 책을 펼쳐놓고 읽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성대가 제법 굳어 악악 소리를 지르는 품새가 꼭 맹꽁이 서당 학동들 같다. 아내는 아이고, 벌써 책을 들여다보는강, 니는 아빠 딸이 맞대이, 한다. 하지만 태권도 할때는 멀거니 쳐다만 보는걸ㅜㅜㅜㅜ 너 이녀석, 그래서 월녀검 같은 여협이 될수 있겠느냐.. 읍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