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대장부로 태어나서 뉜가는 어린 여자아이를 짓밟고도 반성을 모르고, 뉜가는 이름모를 여자가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고 걸어 희롱을 일삼으니, 벌써부터 마음 깊은 구석까지 얼어붙는 어젯밤, 나는 늦게 퇴근하여 한 시간 훈련이나 하고 자려했다. 나를 기다리던 아내는 새롭게 바뀐 내 시간표 때문에 이른 저녁 아이를 재워놓고 막상 쉬려니 내 빈 자리가 어찌나 차고 싸늘한지 등허리께가 시려워 잠이 오지 않더라며 늦은 밤까지 아니 자고 웃었다. 홀로 술 마시고 책 읽고 훈련하던 총각 시절의 골방과 부부 간의 안방은 이래서 다른가. 나보다 키가 큰 아내 곁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다 꼬로록 잠들어버리었다. 요즘 가뜩이나 천지사방 쏘다니는 아이 곁을 지키느라 잠이 모자란 아내를 재워놓고, 아침 일찍 동틀 녘부터 아이를 보고, 밥을 안쳐놓고, 아내와 교대하여 다시 화상영어공부를 하고, 아이를 보며 밥상을 기다리고, 얼어붙어가는 빨래를 옮겨놓고, 아이와 함께 소아과에 다녀오는 이 바쁜 오전 사이사이에, 나는 평소에 하던 기초 기술 연마와 섀도우와 근력 운동을 쪼개어 모두 마쳤으니, 집중해서 하지도 못하고 그저 파편으로 흩날리는 훈련이 그저 하지않음보다는 더 나은 수준이자 자기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는걸 나도 안다. 그러나 하지 않으면, 그나마도 잃게 될 것이 늘 두렵다. 죽는 그날까지 책을 읽듯, 태권도를 손에 놓지 않을 것, 비록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소인 필부로 났다 할지라도, 수불석권 手不釋卷. 그리고 수불석권 手不釋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