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820일차 ㅡ 기본이 정말 중요하다!

by Aner병문

일본 고류 가라테의 어느 노고수께서 스스로 본업도 있으시고, 시간과 체력도 부족하시어 카타(形)만 열심히 연습하시어 대련 시합에 나가셨단다. 많은 젊은이들이 미심쩍어하듯이 마치 춤사위 같고 그냥 기초 시뮬레이션 같은 카타만 연습하셨는데 노도같이 밀려드는 젊은 상대방들을 모두 꺾고 우승하셨다고 들었다. 본인 말씀으로는 그때그때마다 카타의 동작들을 응용하여 방어와 공격이 다 되셨다기에, 그거야 그 정도 되는 고수의 이야기지 싶어 나와는 아직 먼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뜻밖에도 효험을 보긴 봤다. 일전에도 이야기했던 띠동갑 소띠 사매 중 두 사매가 승급심사를 봤는데 내가 아직도 못 고치는 기본기의 약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무릎을 정확히 들어올리는 것, 발끝이나 손끝을 올바른 형태로 만드는 것, 알맞은 보폭과 각도로 서거나 들어올리는 것, 모두 젊은 흰 띠 시절에는 무엇으로든 그냥 빠르게 치고 빠지면 된다 생각해서 게을리 했던 기본기였다. 2단을 받은지 햇수로는 5년이 되어서야 나는 시키지도 않은 허술한 기본기를 다시 연마하기 시작했다. 결국 학문도 무공도 제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면, 그 부끄러움조차 잊고 약점을 메우고자 골몰하니, 그래서 조정현 씨가 그 아픔까지 사랑했다고 노래했던가, 나는 오늘 비로소 권투할 때도 좀처럼 느끼지 못했던 손맛을 보게 되었다. 소 띠 사매들을 번갈아 받아주고, 장 사범님과 붙었을때 물론 그가 거의 봐주었지만, 어쨌든 발이 먼저 움직이고 비로소 주먹이 그에 실려 뻗었으며 비교적 상단도 안정적으로 찼다. 비로소 나는 내가 항상 쉼없이 움직여야만 한 대라도 덜 맞고 덜 치는 안타까운 골격의 소유자라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한 시간 동안 정신없이 움직였다. 무아지경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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