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고토게 코요하루, 귀멸의 칼날, 학산문화사, 2016~2020. 일본.

by Aner병문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누워있던 우중야밤의 이틀사낟밤을 마땅히 할 게 없어 욱일기 논란도 있던 이 만화로 채웠다. 인간과 인간을 초월하고자 하는 존재들의 대립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강철의 연금술사와 닮은 점이 있으나, 서사도 배경도 인물상도 다른만큼 그 주제를 펼쳐나가는 방식도 매우 다르다.



강철의 연금술사 에서 인간을 초월코자 하는 호문클루스들은 지적으로 완성되고자 하는 인조 생물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욕망으로 존재를 안정시킨다. 반면 귀멸의 칼날 에서 이에 해당하는 오니들은 상처를 받아 힘을 갈구하게 되었다. 완벽한 인간을 만들어내고자 지식욕에 빠진 이들의 허물이 호문클루스를 만들어내었다면, 모든 오니들의 시조이자 오니들을 만들어낼수 있는 키부츠지 무잔을 제외한 다른 오니들은 모두 인간이던 시절 느끼던 절망, 차별, 외로움, 상실감 등의 상처로부터 도망쳐나왔다. 그러므로 호문클루스들이 차갑고 고고하고 거만하다면 오니들은 잔인하고 난폭하며 기괴하다. 호문클루스들은 내재된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지탱하지만 상처로부터 도망쳐온 오니들은 타인들을 끊임없이 파괴하지 않으면 안정을 찾을 수 없는 가엾은 존재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지적인 토대에서 인간애를 꽃피워가는 연금술사들에 비해 오니사냥꾼 귀살대의 검객들은 훨씬 감정적이다. 그들 역시 오니에게 상처입고 상실당했기도 했으나, 여러가지 기능을 쓸 줄 아는 연금술사들에 비해 귀살대의 검객들은 호흡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검술은 연마했다 해도 오니에게 비할수는 없다. 귀살대의 고수들조차 상급에 해당하는 12귀월의 상현귀들에게는 맥을 못추어 반드시 떼를 지어 상대한다. 햇빛으로 지지거나 목을 떨구지 않으면 죽지도 늙지도 않으며 무한한 시간에서 성취를 이루는 오니들에 비해 인간들은 약하고 허망하고 처절하다. 김용 선생의 무협지를 상기시키는 이백화 내외의 빠르고 격정적인 서사 속에서, 귀살대의 검객들은 이지적인 연금술사와 달리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피끓는 동료애, 의협심 등으로 오니들과 맞서며 그 정점에는 본디 숯장이집 아들이던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가 있다. 반쯤 오니가 된 여동생 네즈코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귀살대의 훈련을 받게 된 그는, 오니들의 죄는 용서할 수 없다면서도 오니들이 주마등을 보며 소멸될때마다 그들이 인간이던 시절 받았던 상처에 공감한다. 그는 파괴와 파괴의 의지가 부딪히는 인간ㅡ오니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통과 이해를 말하는 이다. 그러므로 그는 예민하고 변덕스러운 귀살대의 대원들 사이를 중재하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나간다.



귀멸의 칼날은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복잡한 각자의 서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군상극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가장 뛰어난 검술을 지닌 이가 아니라 항상 정의롭고 올바르고자 노력했던 윤리적인 소년이 맡았다. 약자를 도울 줄 알고, 어긋난 이에 분노할 줄 알며, 동료를 살필 줄 아는 따스한 이다. 밤만 되면 분노와 술에 자신을 잃고 저보다 약한 부녀자나 노인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이 서성이는 이 시대의 밤거리가 무엇이 다른가. 사람다운 사람이 필요하다, 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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