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감평
다시 한 번, 류근, 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곰출판사, 2013, 한국,
근 삼천년을 건너오느라 군데군데 빠지고 흐려진 묵자 선생의 글을 어렵사리 완역한 책으로 다섯 달을 보냈더니 불현듯 다른 문장이 읽고 싶었다. 냉면가닥처럼 생각없이 쭉쭉 빨아들이는 문장들을 읽고 싶었다. 기표니 기의니 생각치 않고, 정해진 의도없이 내가 느낀대로 읽고 싶었다. 오래전 페르시아의 수학자이자 과학자였던 오마르 하이얌이 쓴 4행시 루바이야트는 도저히 당대를 아우르던 과학과 의학의 선진국에서 태어났다 말하기 어려울만큼의 낭만과 애절함이 있다. 상처적 체질ㅡ류근 시인이 쓰는 산문은 그의 성격과 시어처럼 매번 뭉크러져 손맡을 빠져나가지만, 표현키 어려운 장풍이라도 한 대 맞은 듯, 가슴 깊은 곳이 뻐근하게 늘 남는 무언가가 있다. 오래 전 나는, 소설은 사람과 뒤엉키는 관절기와 같고, 시는 단방에 쓰러뜨리는 간결한 타격기와 같다 여기며 살았지만, 서른 일곱 오늘에서야 호로록 다시 읽는 문학의 문장은 애초에 무엇이라 묶어둘 수 조차 없는, 야생의 무언가다. 정의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냥 멍하니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