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ITF 836일차 ㅡ 기술을 단련하기 위하여
나는 한때 전화기 없이 사는 자유를 누리다가 (날백수였단 소리지) 동생이 쓰던 삼성의 갤럭시 노트3를 5년 넘게 썼다. 나한테 넘어올때부터 이미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던 기기였다. 원래 기계에 가타부타하던 성격이 아니라 잘만 쓰다가 아내가 비로소, 지금은 휴대전화 사업을 정리한 회사의 최신 전화기를 사주시었다. 아내도 산 다니고 꽃 보며 전화기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으나, 그이가 보기에도 내 전화기가 심하긴 심했던 모양이었다. 지금껏 잘 쓰고 있는 내 전화기는 가볍고 튼튼하며, 무엇보다 유튜브의 세계로 뒤늦게 나를 인도했다. 놀기에도 좋고, 외국어 공부에도 그만이었으나, 무엇보다 무공 훈련에 대한 옛 영상 자료를 보기에도 더없이 좋다.
태권도는 지금의 ITF 와 WT로 정립되기 이전 옛 가라테가 그랬듯이, 태수도, 화수도, 당수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웠는데 유튜브에는 그 중 당수도의 십수十手 형을 아직 볼 수 있다. 흑백 필름으로조차 흐릿한 옛 원로의 형 연무를 보자면 힘이 넘치되 사실 각도와 높이 등이 매번 달라서 지금의 품새나 틀 연무와는 아주 다르다. 겨루기나 맞서기 역시 아무런 보호 장비없이 맨손맨발로 완전히 옆몸 자세로 서서 슬금슬금 진퇴를 반복하다 한두 방씩 때리고 물러서시는 공방이 이어지는데, 이는 곧 지금처럼 글러브나 레거스, 기타 규칙 등으로 보호되는 득점제 경기가 아니라 정말로 한두번의 타격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형태였기 때문이다. 즉, 우리 사범님께서도 사실 압도적인 힘 앞에 기술로서 맞서기에는 쉽지 않다고 말씀하셨듯이, 모든 단련의 끝에는 결국 합리적으로 운용되는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낯설기만 한 전자기기 이야기만 계속 듣는 회사에서 전직 "헬스" 트레이너ㅡ즉, 바디빌딩 강사가 계시는데, 그는 단적으로 바디빌딩은 결국 외적인 가치를 가꾸는데 주력하는 근육의 단련법이라고 일축했다. 아버지와 같던 카스 다마토가 죽은 뒤로 젊은 챔피언 타이슨의 사생활과 경력은 형편없이 망가졌으며, 하루의 훈련 일정 및 식습관까지 철저히 잡아주던 카스 다마토의 부재로 타이슨은 비효율적인 근육 단련에 몰두하는데, 이는 곧 헤비급치고는 몸이 작았던 타이슨의 기술적 깊이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타이슨이 유명세에 비해 전성기가 짧았던 이유가 있는 셈이다.
말이 길었는데, 나는 압도적인 힘을 타고나지도 못했고, 또 그런 힘을 기를 수 있는 근골도 아니다. 다만 합리적으로 기술을 익히면 그에 맞는 힘을 사출할 수 있으며, 또한 기술을 익히는 과정에 몸의 기능 중 부족한 것은 채워지고, 과한 것은 덜어지기 마련이다. 죄수운동법을 보조로 제법 꾸준히 했더니 확실히 힘이 좋아져서 타격의 중심을 잡기 좋아졌다. 오늘 스트렛칭을 하면서 별 생각없이 바Bar에 발을 올려놓고, 돌려차기 및 옆차찌르기 자세를 유지하며 유튜브를 잠시 보았는데 어? 이거 사실 유급자 때는 발도 못 올렸고 초단 때도 딴 짓을 할 정도로 몸에 여유가 있지는 않았었다. 꾸준히 훈련하면 몸에 차곡차곡 쌓이는구나 싶어 기뻤다. 본격적으로 주말반을 맡으신 인천 화백 사범님은 주말반을 점점 해병대로 만들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