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또 술을 먹었지..ㅎㅎ

by Aner병문

한 잔의 술을 위해 제비바위 딸깍발이 샌님 연암 박지원은, 모르는 객도 불문곡직 집에 들여 시게 발효한 술 석 잔을 들이키고, 천하제일의 거문고를 타던 죽림칠현 혜강은, 광기 어린 눈으로 한 곡에 한 병씩 들이켰다고 했다. 나는 지금 듣지 않는 이들을 위해 쉼없이 책을 읽고 떠들며, 오지 않을 적을 향해 허공에 흐트러진 손발질을 퍼붓지만, 무엇이 내게 남을 것인가. 창시자님께서는 천 번을 반복해야 하나의 기술이 된다셨고, 강신주 선생은 노자의 무위 無爲 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구태여 꾸밈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게 남을 건, 이 못난 애비 남편 믿고 사는 처자식이 아니라면, 한솥에 무엇이든 우루루 같이 끓여먹는, 착하고 무던하며 굳건한 나의 도장 식구들. 모처럼 한 번 모여 훠궈를 기차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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