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 어뜩비뜩 객(客)
나중에 또 할 말이 있을 것이지만, 평생 산을 누비고 다니시던 어머니도 어느덧 칠십을 바라보시니 그 걸음이 예전 같지 않으시었다. 깎아지른 절벽 위 칼바람도 무서울세라 덩치 큰 사내들이 텐트며 소주며 화툿장을 지고 와서 고액의 불법 화투놀음을 하다가 누군가 물정 모르는 등산객이 기웃거릴라 치면 썩 내려가라고 눈을 부라린다는 어느 산등성이에서, 어머니는 나보다도 저만치 처져 계시었다. 내가 유튜브에서만 간혹 뵙던 어떤 이는, 스스로 이름붙은 공수(空手)의 무공을 단련하는데, 두툼한 중년의 몸으로 뒤퉁스레 산을 달리다가도 손으로 날렵하게 비수(!)며 손도끼(!!)를 던져 통나무에 꽂아맞히기도 하고, 또 비슷한 절학을 즐기는 동문들과 짧은 칼을 부딪히며 연습도 한다. 젊었을 적 합기도장도 운영했다는 그는, 아직 오십은 되지 않아 시들지는 아니한 총각으로 보이나, 옹잇골 같은 주먹 정권으로 맥주 캔을 일격에 뚫어내고, 손가락으로도 맥주캔을 잡아 찢더니, 기어이 손가락 2개를 날려먹어 큰 도시로까지 나가 신경을 모두 잇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들었다. 그래도 그는, 마치 내가 소소히 쓰는 일기처럼, 병원에서조차 자신이 어찌 지내며, 어떻게 보법 수련을 하는지 적어놓으시니, 솔직히 나는 아직 도장이나 체육관을 벗어나지 못한 맨손발의 무공이요, 한때 길거리에서 대거리 좀 해봤다지만, 끽해야 몽둥이, 술병, 짧은 칼 정도였고, 그처럼 훌륭한 완력도, 각종 무기에 정통하지도 못하였다. 그러므로 그와 나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겠으나, 적어도 삶의 한 부분으로 무공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결은 같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제 무리했던 몸으로, 아내가 아이를 위해 고기와 야채를 잘게 다져 잔뜩 넣은 짜장을 끓이고, 집안 환기를 하는 동안, 아이를 돌보면서, 혹시나 몸이 식을세라, 굳을세라, 낡을세라, 계속해서 주먹 쓰는 연습을 한 시간 가량 정도 했다. 솔직히, 어제 맞은 데가 아프고, 무리한 곳이 쑤셔서 쉽사리 다리가 올라가지 않아 주먹 쓰는 연습만 계속 했다. 남들이 볼때는 하잘것없는 몸부림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또 저 유명한 김삿갓은, 그 훌륭한 학식을 지니고도 부러 사람을 비웃기 위해 한글과 한자를 섞어 시를 짓기도 예사였다고 했다. 나의 몸놀림 중 몇 개는 그래도 정종 무공의 어느 한 결에라도 닿지 않을까 싶어, 괜시리 몇 자 적으며 나 홀로 어뜩비뜩 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