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쌓임을 버리는 일.
모두가 태권도를 할 수 있지만, 모두가 태권도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는 공부도, 혹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그러므로 창시자님께서는, 태권도의 유급자 과정을 셀때 그 급수를 10급부터 1급부터 숫자가 줄도록 하셨다. 유급자 과정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 몸에 있던 '태권도가 아닌 것' 들을 버리고 지워나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비로소 초단부터 숫자가 늘면서 태권도를 몸에 새기고, 쌓게 된다.
그러므로 가능한 우리는 모든 것을 쌓고 싶어하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순 없기에, 결국 날을 잡아 버릴 수밖에 없다. 이를 청소라고 한다. 그 옛날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로 선풍적 인기를 불러일으켰던 전우익 선생은 사람의 삶이란 결국 '죽어라고 사서, 죽어라고 쌓아서, 죽어라고 버리는 일' 이라고 말씀하시어 어린 날부터 지금까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셨다. 얼마 후면 장인장모께서, 또 외손녀를 보고 싶다고 올라오시어, 어머니는 급하게 소은이를 맡아주셨고, 우리 부부는 하루 반나절 하루 종일 청소를 했다. 아내는 때마침 잘되었다며 '아이고, 잘되었니더, 윗층에 잔뜩 쌓인 책들 좀 치우소, 어째 책들이 줄지 않고 자꾸 늘기만 하노, 밤새 새끼를 치는강.' 하며 나를 윗층으로 내모시었다.
서랍장이며 곳곳에 보다가 끼워둔 책들을 모두 빼놓으니 못해도 수백여권은 되어보였다. 내 본가 지하에는 그 동안 읽어제낀 수천여권 책이 잘 보관되어 괴괴히 잠들어 있다. 소설가 김영하 선생은, 요즘 들어 신간을 가능한 전자 서적으로 내는데, 갈수록 책을 읽기 힘든 시대이며, 책을 두긴커녕 먹고 잘 곳도 없는 젊은 세대에게 특히 책 한 권 맘 놓고 둘 공간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덧붙이시었다. 나는 애매하게 낀 80년대 생인지라, 아직은 전자 서적에 익숙하지 않다. 늘상 휴대전화로 자주 보기 위한 몇 권의 단련 서적을 제외하면, 나는 늘상 종이로 된 책에 손수 펜을 빡빡 그어가며 읽는 욕심을 낸다. 그 욕심과 집착이 쌓여서 청소할때마 늘 고역이다. 이번 청소에서도 나는 결국 책을 한 권도 버리지 못하고, 전부 방 곳곳에 어떻게든 쌓아두었다. 그러므로 모든 책에는 전부 버리지 말아야할 이유도 함께 쟁여져 있는 셈이다. 여하튼 열심히 청소를 했으나 겉보기엔 큰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