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ITF 번외편- 오랜만에 체코의 마르틴 사현님께서 오셨다.
ITF 태권도뿐 아니라 그 유명한 황인무 선생께 결련택견의 호패술도 배우신다는 마르틴 사현님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는 매해 한두번씩은 우리 도장을 찾아오셨다고 했다. 나는 마르게리따 사매가 당시 초단 준비를 할때 두어번 뵈었을 뿐이다. 여름 겨울 방학 철만 되면 하기사 외국에서 ITF를 배우겠다고 오던 외국인 사형제 사자매들이 많았는데, 새삼 조금씩 도장에 외국에서의 방문이 늘어나는걸 보니 확실히 어느 정도 코로나가 풀리긴 풀렸다는 생각이 든다. 스위스의 안듀레와 역시 마르틴 사현님으로부터 7년째 ITF를 배우고 있다는 '체코남자' 틴에이져(나 진짜 얘 얼굴 보고 깜짝 놀람 ㅋㅋ아무리 서양인이 한국 사람보다 나이 들어보인다지만..^^;;) 아담도 함께 방문했다.
지난주는 내가 정기적으로 도장에 오는 화/목 중 목요일에 도장을 올 수 없어 금요일로 변경하여 도장을 갔던 날이었다. 웬일로 오전반의 커례 선생님도 계시고 하길래, 뭔 일 있냐 여쭈니 '외국에서 무슨 유명한 사현님이 오신다던데요?!' 억, 난 왜 그때까지도 몰랐는가. 사범님께 누가 통역하느냐 여쭈니 '음? 너가 통역하려고 온 거 아니었어?' 힉.. 근 2년만에 다시 영어 쓰는 이 기분.. 귀가 많이 막혔긴 했는데 그래도 사현님께서 천천히 말씀해주시고, 유학하다 온 잘생긴 기하(난 아무리 봐도 얘 장기하 닮았다 ㅋㅋ) 가 매번 눈짓으로 '어, 형 그거 맞어. 아냐, 형 그거 아냐.' 라고 잘 알려줘서 그럭저럭 잘 넘겼다.
7단 사현이 되시기까지 본인의 무도관도 있으시려니와 마르틴 사현님께서 몸담은 계열이 우리 계열과는 차이가 있기도 해서 통역하는데 이래저래 고심하였다. 다만 확실히 사현님께서 쌓아올린 무공은 우리 사범님 못지 않게 대단한 것이라고 느꼈다. 맞서기할때 공격이 부드럽게 이어지거나, 항시 상대의 공격 바깥으로 움직이며 쳐내야 한다는 기초는 사범님께서도 잘 알려주신 것이었지만, 옛날식 태권도의 장점을 알려주신다거나, 또한 비록 사현님께 함부로 드릴 부탁이 아니라고 꾸지람을 듣긴 했으나, 내 요청에 따라 보여주신 도산 틀은, 그 어마어마한 거구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고 강맹했다. 사범님의 틀이나 움직임이 날렵하고 합리적이라면, 마르틴 사현님의 틀은 뭔가 힘을 끌고 오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여간 어떻게 설명을 못하겠다. 우리가 배워온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맞서기나 틀 모두 확실히 어마어마하게 위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들의 체간이나 체고는 동양인과 다르기 때문에 늘 예상한 범위의 바깥에서 길게 뻗어오거나, 생각지도 못한 각도로 찔러들어오곤 한다. 어쩌다 둘이 같이 부딪히면 뼈 전체가 산처럼 부딪혀 오는 느낌이 정말 아프다.
여하튼 모처럼 외국 사현님과 사형제들이 오셔서 정말 좋았다. 언제 어데서나 태권도는 도복 하나만 있어도 가족 형제라는 느낌이 들어 정말 좋다. 결코 그날 훈련도 빡세게 하고 술 많이 마셔서 좋아서 그런거 아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