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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on May 19. 2024

요양

요양 중에는 먹는 양을 늘렸습니다.


기운은 항상 없었지만 요양이 끝나갈 때쯤 머리가 눈에 띄게 덜 빠지는 걸 확인했습니다.


나는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평소가 계속 영양실조 상태였던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렇다면 요양이 끝나도 먹는 양은 줄이지 말아야 할 터였지요.


하지만 조금 무리해서 먹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만한 양을 계속 먹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몸이 안 좋으니 자신감이 떨어졌습니다.


원래도 자신 있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더 자신이 없을 수도 있었습니다.


항상 혼자를 자처해 왔지만 아플 때는 힘들었습니다.


처음 겪는 일에는 감정이 격해지기 마련입니다.


이건 둔해질 감정일지 그렇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몇 번의 눈을 감았습니다.




인생을 통째로 부정할 만한 일을 만나면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다른 인생을 살 수도 있습니다. 또는 원래대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것만 같은 상실감을 삼킬 수 있거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거나.




언제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빠져나오고 보면 그렇게 바보 같은 생각이 여기선 그렇게 중요합니다.




하나를 알겠으면 10개 모르는 것이 생깁니다. 그리고 사실은 알겠다는 그 한 개도 확실히 아는 것이 아닙니다.




알아가는 것을 멈추다, 하다를 반복합니다.  




그 무엇도 온전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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