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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보내며

by leaves

오늘 비가 오려고 했던 걸까. 요즘은 왠지 날씨가 자주 흐린 것 같다. 점점 따뜻해 지긴 하지만 산책 가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다. 이제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고 왠지 서운한 기분이다. 아이가 좋아할만한 걸 많이 해주려고 했는데 막상 갈만한데가 많지 않았다. 그래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부지런히 다녔다. 아이는 이제 먼저 미술관에 가자고 한다. 공부만 하다보면 생각이 자유롭지 않은데 미술관에 가면 창의적인 생각이 나는 것 같다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얼마나 숨막히는 시스템인지 알 것 같다. 내가 겪어온 것보다 옆에서 지켜보는게 더 힘든 것 같다. 물론 아이들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알아서 새벽부터 공부하러 나가는 아이도 있다고 하니 정말 천차만별이다. 자유롭게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걸을 알아서 하는 시스템이라면 어떨까. 다들 어리기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것을 해결해 보려는 여정은 필요한 것 같다. 나도 요즘 나는 어던 인간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약한 내면, 철없는 생각 등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내가 좀 더 멋진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세상의 아름다움을 많이 찾아보고 그 방향을 지향해보고 싶다. 나는 아직 아이와 어른의 중간인 것 같다. 그나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50년 동안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책상 앞에 줄기차게 앉아 있는 것이라니. 좀 놀랍기는 하다. 집 앞에 정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정원을 거닐며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자신을 믿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나는 왜 이리 매사 움츠려드는지. 내성적인 성격 탓도 있겠지만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하니 답답할 때가 많다.

그래서 자꾸 글을 쓰게 되는 걸까. 내가 쓴 글만큼만 말을 잘 했으면 좋겠다. 책을 내려면 최소 30여편의 수필이 필요하다. 나는 무엇을 소재로 글을 쓰게 될까. 내가 인생에서 깨닫게 된 것들. 세상 무해한 글을 쓰고 싶다. 수 많은 일들이 나를 끌어내렸지만 결국 그것들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어릴 적 보았던 고전 영화들을 지금 보면 깨닫는게 더 많을 것 같다. 수 많은 욕망이 듫끓는 영화 속 인물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은 그 영화들 바깥에 있는 나. 어떻게 해서 나는 평화에 이르렀나. 완전하지는 않지만... 벌써 저녁이 다 되어 간다. 오늘 하루는 내일의 나에게 어떤 것을 남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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