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눈 오는 산책길을 걸으니 머리 속이 맑아지고 가슴에 습기가 온기로 바뀌는 듯 하다. 사람은 역시 움직여야 하나보다. 밤 사이 내린 눈은 정말 선물 같았다. 이 겨울 매일 비가 내리는 통에 기분이 오락가락 했는데 한번에 기분전환이 되었다. 나도 왜 눈을 보면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그 하얀색 때문일까. 서늘한 공기 때문일까.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몇퍼센트의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았을까 한다. 내가 산책하는 시간은 주변 공장과 회사의 점심시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산책길에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 다닌다. 돈을 벌어야 생계가 가능한 삶. 그 어떤 화려한 옷을 마다하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색의 옷을 입은 그들을 보면 과거의 내가 보이기도 하고 그저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이 산책로는 아마 나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공간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오늘 눈을 봐서 기분 급 상승.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내 기분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하지만 왠지 사람들도 눈이 오니 들떠보인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닌듯. 나는 이렇게 기분이 너무 좋아도 나빠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내가 아주 무해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데도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남들보다 평화로운 마음을 갖는게 어렵나보다. 아침에 모닝페이퍼도 3페이지씩 쓰고 명상도 하지만 어쩐지 부족한 기분이다. 그럴때 산책이 많이 도움이 된다. 가기 전에는 귀찮기도 하고 다리도 무겁지만 다녀오면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좋거나 계절의 변화를 느낄 때는 더욱 기분이 좋다. 날씨가 더 좋아지면 대공원 산책길이라도 걸어야 겠다. 맛난 김밥을 먹으며 숲속에서 힐링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좀 더 장의적인 사람이 되기위해 무얼하면 좋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