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나목이라는 수필의 모태가 된 수필이 있다. 문우 중 한명이 그의 수필을 보라고 톡으로 보냈다. 나는 기껏 한두편의 수필을 써놓고 바로 등단을 한 상태였다. 내가 등단을 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 수필은 어떤 경지에 올라 있었다. 사용하는 단어도 책을 많이 읽고 쓴 사람처럼 보였고 녹색 식물을 삶에 투영해 쓴 글이었다. 나도 그렇게 쓸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나목이라는 수필을 쓰게 되었고 문우와 지도 선생님한테 칭찬도 많이 받고 유한킴벌리와 산림청에서 하는 수필공모전에도 우수작에 당선이 되었다.. 그제야 하는 이게 수필이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기껏 브런치에 일기 수준의 글을 올려왔지만 그게 습관이 되어서인지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완성도의 문제였다. 그리고 철학의... 그 뒤로 자연을 기반으로 하는 에세이와 인문서를 많이 읽게 되었다. 삶을 해석하는 아주 좋은 방법들이 빼곡히 담겨 있었다.
나를 이렇게 이끌어 준 그분은 빵집에서 일을 하신다고 한다. 살아오신 과정도 쉽지 않으셨던 것 같다. 그분이 낸 수필집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공부도 뒤늦게 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잘 쓰실 수 있는지. 수상 경력도 많으시고 ... 수필집을 읽어보니 주옥같은 수필들이었다. 문우들 사이에선 그분이 스타였다. 그런데 그렇게 책을 냈지만 많이 팔린 것 같지는 않다. 도서관에서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 그리고 인생철학이 분명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런 책이 안팔린다는 게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도 마음 같아선 하고 있는 일을 안하고 글만 쓰며 사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사라는 것이 일정하지가 않고 가슴 졸여야 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처럼 글을 잘 쓰신다는 분의 책도 잘 안팔리는게 과연 내 글이 팔릴까.
세상엔 너무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게 수많은 경험을 한 사람, 지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 그 중 나는 어떤 사람에 속할까. 요즘 에시이를 보면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도 흥미롭게 쓰는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없다. 전에는 무슨 자신감으로 책을 냈나 모르겠다. 전에는 브런치를 통해서 책을 냈는데 이번에도 30편의 글을 쓰면 출판이 가능한 시스템이 생긴 것 같다. 어쨌든 시도를 해보는 건 좋은 것 같다. 나의 역작 30편. 나도 기대가 된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만한 것 같다. 사실 아무것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