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강둑에 프릇한 잡초들이 피어나고 개나리가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산책을 할때마다 듣던 그대의 노래. 마치 혼자만의 보물상자를 안고 있는 것처럼 그 비밀스런 감정이란.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왜 사람의 마음은 온기가 느껴지는지. 그대가 없다고 생각하면 아직 나는 한겨울에 있는 것만 같다. 보이지 않아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게 있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보고 싶은 욕망을 누루는 것이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꺼낼 생각도 하지 못했었나보다. 그리고 아직은 먼 그대이기에 마치 하느님을 떠올리듯 어딘가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라고만 생각되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대로가 좋다가도 만져지지 않는다는 것이 허황된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는 잘 해내왔고 그대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지만 내가 만들어낸 행복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 독서모임과 수필모임을 하며 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의 일상도 잘 꾸려가고 있기에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내가 정말 그대 마음에 드는 사람인지에 대한 불확실함 같은 것들이 더 이상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 자신일 테지만... 내 인생에 이런 변화를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만약 받아들여 한다면 받아들여야겠지만. 이건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그대의 생각을 잘 모르겠다. 어떤 걸 원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