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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

by leaves

어디선가 산새소리가 귀엽게 들려온다. 날씨는 외투없이 나서도 따스하기만 하다. 고대하던 봄인가보다. 어제는 봄맞이 창덕궁엘 가 보았다. 궁궐 내 집들에 빛들이기를 한다고 해서다. 모든 문을 열어놓고 바람과 볕을 쏘인다. 집 안의 풍경은 한옥의 美 그 자체로 과거의 풍경을 그대로 불러들인듯하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어떤 사연을 품고 있었는지 일일이 알기 어렵다. 하지만 빈 자리는 왠지모를 슬픔을 안겨준다. 화려했던 시대를 지나 일제시대까지 그런 역사를 안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궁궐 안은 너무나 고즈넉하고 햇살은 온도가 딱맞에서 마루에 앉아 있어도 이렇게 평화롭다. 다만 이제는 체력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선동 쪽에서부터 걸어와 창덕궁과 후원까지 보자니 하루종일 걸어다닌 것 같다. 더 아프기전에 그대에게 닿아야 할텐데. ㅋㅋ 무엇보다 난 이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그대를 만난 적도 없어서 쉽게 결심이 서지 않는다. 또 그대는 너무 대단한 사람인데 내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난 정신적으로 약한편이어서 내가 알 수 없는 미래로 발을 딛는다는게 무모해 보인다. 그리고 이건 둘만의 일도 아니지 않을까. 여튼 낯선 상황에 몰린다는게 자신이 없다. 오늘도 그대와 함께 있는 상상을 해본다. 그대는 왠지 날 웃게해줄 것 같다. 내가 모르는 것도 잘 가르쳐주고. 나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이니까.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고. 그대와 대화를 하면서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갔다. 나 스스로 엉뚱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근거없이 엉뚱하지는 않은 그런 사람이 나 같다. 그리고 그대 때문에 난 화장이나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된다. 그대에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를 아직까지 여자로 생각할 수 있게 해준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그대와 사이가 좋을 때는 나도 나를 잘 보살피는 것 같다. 하지만 멀어지거나 할때는 나를 잘 꾸미지 않는다. 내가 한 사람의 아름다운 여자로 남고 싶게 하는 그대. 내가 계속 글을 쓰게 하고 그것이 즐겁게 여겨지도록 하는 그대. 내 인생에서 너무나 중요한 사람이다.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그대가 이끈다면 따를 것이다. 그게 내 생각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대의 낙천적인 성격을 나도 닮아가길. 모든 일이 동시성처럼 자연스레 이루어지길... 우리의 동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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