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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기억

by leaves

지난 번 창덕궁에 갔을 때 진달래가 몇 송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반가워 미소가 지어졌다. 봄을 알리는 하늘하늘한 꽃잎이 내 입술색 같기도 했다. 진달래하면 화전이 생각난다. 숲동이가 유치원 수준의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들이 주도하는 것이라면 숲속자연학교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숲해설사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번 숲활동을 하는 것이다. 아이는 숲동이를 2년 숲속자연학교를 3년 정도 경험했다.

우선, 봄에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해먹었다. 숲에서 불을 피울수는 없으니 절편을 사가지고 와서 떡에 진달래꽃을 붙여 먹고 목련꽃을 따서 뜨거운 물에 우려 목련차를 마셨다. 목련차는 비염에도 좋은데 마시면 코와 목이 개운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봄나들이를 하고 나면 그때부터 자연학교는 시작이다. 기다란 주머니 같은 도롱뇽 알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개구리와 애벌레를 관찰하느라 바쁘다. 산의 낮은 자락을 오르내리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나무 놀이터에서 줄타기도 하고 그물타기도 한다. 친구들과 함께하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선생님은 동행한 엄마들에게 라일락 잎을 접어 씹어보게 한다. 그러면 첫사랑의 맛이 날거라고. 극강의 쓴맛을 본 엄마들에게 "첫사랑은 그렇게 쓰지요."라며 놀린다. 한번 당한 적 있던 나는 그것을 지켜보고 웃는다. 4월이 되면 텃밭을 시작하는 달로 비료를 넣고 일주일을 기다린 후 모종을 심는다. 북한산 아래 텃밭은 땅이 좋아 금세 잎이 푸르게 나고 높이 자란다. 어느새 상추를 먹을 시기가 되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쌈을 싸 먹는다. 여름엔 나뭇잎과 꽃잎을 붙인 부채를 만들고 물가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놀다가 컵라면을 먹는다. 그렇게 먹은 컵라면의 맛을 아이들은 잊지 못한다. 가을에는 거위벌레 알을 찾아본다. 거위벌레가 알을 나뭇잎 속에 넣은다음 돌돌말아 나무 아래로 떨어뜨린다. 참나무 아래에는 특이한 모양의 거위벌레 알이 자주 보인다. 아이는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지. 아직까지는 그냥 엄마가 가라고 해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숲 속 맑은 공기와 나무와 풀냄새,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언젠가는 생각날 것이다.그리고 힘겨울때 숲을 찾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 시절을 잊지 못한다. 차로 30-40분을 달려 일주일에 많게는 두번 정도 북한산 등지를 드나들었으니 그 열정을 높이 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이 좋았다. 지금 하라고 해도 할 것이다. 풀 한포기에도 이름이 있고 인간에 못지 않은 생명력을 가진 것들. 그것들로 부터 힘과 위로를 받았다. 자연은 어느 것이나 아름답고 귀하다. 언젠가 또 그렇게 생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 짐작해보며 봄을 만끽하러 나서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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