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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by leaves

책상 위에 폭풍우가 지나간듯하다. 간단하게 모닝커피를 마시며 시작하는 하루. 이번 봄에는 스카프와 쇼퍼백을 판매해 볼 생각이다. 시즌 제품은 처음이라 설렌다. 왠지 잘 팔릴 것 같은 자뻑모드.ㅋㅋ 조회수가 1만이 넘고 후기가 한달동안 10페이지가 쌓였으며 로켓배송이 많지 않은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이번에 적용해 보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크다. 나도 억대매출을 내는 판매자가 될 수 있을까. 내 안목이 이번에 증명이 될까. 단꿈에 젖는 동안 수화물 저울 200개 주문에 대한 문의가 왔다. 사실 지금은 팔지 않는 제품인데 품절을 걸어놓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량 구매를 놓칠 수 없다. 도매 사이트를 뒤져 같은 제품을 찾고 마진이 남을 만큼 싼 제품을 고른다. 구매자에겐 제품이 있는 것처럼 하고 적은 마진이나마 팔려고 하는 것이다. 구매자는 꼼꼼하다. 포장 상태를 묻고 어디까지 할인이 가능한지 묻는다. 배송비는 누가 부담하며 한 상자에 몇개가 들어가는 지 묻는다. 대량 구매를 많이 해본 것 같다. 물건이 없지만 포장상태가 찍힌 사진을 찾아서 보내고 여기저기 판매처에 물어서 상자에 들어가는 개수를 알아낸다. 도매 사이트의 판매자들과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주문을 했는데 수량이 없는 경우가 있어서 잘 선택해야 한다. 그 사이 옛날 광고담당 매니저한테 전화가 온다. 지마켓 매출을 묻는다. 사실 지금 광고대행사가 처음엔 매우 적극적이다가 요즘엔 광고등록을 요청해도 답장도 보내지 않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이전 광고대행사는 지마켓이 학교에서 많이 구매를 한다는 것을 알고 지금이 광고를 할 때라고 한다.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행사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전 대행사를 다시 믿어볼까 한다. 사실 두곳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 해보자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줘본다. 수화물 저울은 200개씩 재고가 있는 곳이 없다. 구매자는 계좌이체로 구매하면 할인이 되느냐고 묻는다. 얼마 남지 않지만 최소한이라도 벌어보고자 제안을 한다. 다시 연락을 하겠다고 문자를 남긴다. 간간히 설겆이를 하고 밥을 먹이고 빨래를 한다. 청소기를 밀고 책상 앞에 앉으니 배송팀에서 문의전화가 온다. 지난번 배송팀에서 실수로 물건을 잘못 쿠팡에 납품했는데 그때문에 내게 부담금이 생겼다고 한다. 나의 잘못은 1도 없지만 알았다고 말한다. 미안해 하는 배송팀에 괜챃다고 말한다. 이런 일은 처음이지만 이번 일로 배송팀에서 더욱 나를 신경써 줄거라고 믿고 보험을 든 것같이 생각하면 된다. 미안해 할 수록 내게 친절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벌써 4시가 다 되어 간다. 업무마감시간이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반품이라든가 배송 오류 같은 것이 있으면 난감했는데 이제는 왠만한 일은 놀라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처리법을 알 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다. 전문가가 되어 가는 것이다. 책도 읽고 수필도 써야 하는데 하면서 또 하루를 보낸다. 일에서의 시간을 줄여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취급하는 물건이 많아질 수록 할 일도 늘어난다. 다음 주면 스카프를 쿠팡에서 팔게 된다. 그리고 쇼퍼백 샘플도 받아보게 된다. 이런 아이템은 내가 하는 협동조합에서는 생소한 물품이다. 나도 내가 이런 취향인지 몰랐다. 하지만 물건을 파는데 있어서 내 취향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것. 돈을 꺼내서 사고 싶은 것이면 된다. 소위 떡상하는 물건을 발견하면 절반의 성공이다. 올해 나는 목표한 것을 이룰 수 있을까. 벌써 3월이다. 사실 난 느긋하게 이 일을 즐기며 하고 싶다. 그러러면 좀 더 알아야 할게 많다. 스마트스토어 파워가 되고 쿠팡에서 판매자로켓으로 판매범위를 넓히고 지마켓에 학교에 납품할 물건들을 올리고. 사실 지난 해에 비하면 매출은 계속 오르고 있다. 아주 천천히. 나 혼자 책상 앞에서 이뤄낸 것들이다. 여기에 유튜브나 내게 조언해 주는 사람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아니면 나도 벌써 사업을 접었을 것이다. 시장환경이 매번 변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 일은 여기서 마무리. 사실 해야할 일이 쌓여 있다. 새로 올린 물건들이 몇백개가 된다. 검색어도 채워 넣어야 하고 광고도 해야 한다.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푹신한 의자가 그리운 시간이다.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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