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by leaves

아티스트북 전시회를 다녀왔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입구는 무척 조용했다. 지하로 내려가니 또다른 공간이 있었다. 그 안에 글과 그림으로 수놓아진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피카소, 샤갈, 마티스, 달리... 등 그림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어우러지도록 배치해 놓아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나는 수필에 영감을 받을 만한 작품이 없는지 살폈다. 그러다 연필로 그린듯한 숲의 모습과 단순한 문구로 채워진 책을 보았다. 난 역시 자연에 민감하다. 각 그림들의 소재는 놀랍도록 평범했다. 사람의 신체, 얼굴과 건물들 또는 신화 속 장면들과 같은 그림들. 그렇다. 예술이란 사실 인간과 그 주변을 소재로 한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수필 역시 인간과 그 외의 것들에 대해 쓸 뿐 SF도 동물들의 이야기도 AI의 이야기도 될 수 없는 것이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비결은 뭘까. 그것이 나를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되게 만드는 게 아닐까. 그림들을 보며 나도 다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오는 길에 작은 스케치북과 미술연필을 샀다. 글을 쓰는 것도 나를 평화롭게 만들지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야말로 힐링의 순간이다. 클림트의 키스를 다시 채색하고 싶은데 너무 오래되어 물감이 다 굳어 버렸다. 나의 게으름을 탓할 뿐이다.

나도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나는 세상을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예술은 인간에게 정말 쓸모있는 것일까. 사실 난 가기 전에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인 줄 알았다. 아티스트북은 그림책이 아닌 도록에 가까웠다. 상상력은 오히려 그림책이 뛰어난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의 그림들도 어른이 된 나의 기분과 시각을 대신 표현해주는 것 같았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 굶주림보다 자신의 예술을 택한 사람들. 나는 아직 그 경지까지는 아닌 것 같다. 실제로 그림을 보면서 배가 고팠다는. ㅋ 나의 일상이 예술이 되는 날까지.. 노력해 보려고 한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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