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솔직해질 용기가 필요하다. <곰씨의 의자>를 소개한 말이다. 예전에 그림책 테라피 선생님이 읽어 주었던 책 중 하나다. 곰씨가 앉아 있는 의자에 토끼들이 점점 침범해 오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다. 무던하게 참던 곰씨는 결국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나는 너희들이 불편해라고. 그림책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있어도 편안할 수 있는 심리적 거리, 적당한 거리에 관해서 생각할 꺼리를 준다.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감정과 요구를 적절히 말하고 동의와 거절은 명확히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고군분투하는 곰씨의 내밀한 심리 변화를 따라가며 알게 된다.
나 역시 곰씨와 같은 면이 많아서 꾹꾹 참다가 폭발해 사람들을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좋은 그림책을 보다보면 반드시 자신에 대해 알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오랜시간 나 자신에 대해 모르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도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좀 예민하고 소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구조로 되어 있다. 적극적이고 무던한 성격을 좋아하는 세상. 이제는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남을 의식할 일은 별로 없지만 사실 나도 무던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다만 잘 안되는다는 점. 그것은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살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이번 성경모임에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전 자신은 떠날 것인데 남은 제자들을 걱정하시는 내용이 나온다. 자신의 고통보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걱정하시는 예수님. 그렇게 하느님께 제자들을 맡기고 예언에 따라 고난의 길을 가시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예수님, 선의 하느님을 믿고 따르게 된다. 아마도 내가 지금 행복하고 편안하다면 내 주위 사람들이 나를 위해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그림책 테라피 선생님께 연락을 했더니 선생님은 연락을 기다리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보다 어린 선생님이지만 타인을 치유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이의 진실된 마음이 느껴졌다. 선생님과 통화를 하면 정말 기분이 차분해 지고 치유받는 느낌이 된다. 같은 그림책 테라피스트이지만 나보다 몇단계 위에 계신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조만간 만나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나도 나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니 자극이 된다. 바빠도 그림책을 놓고 싶지 않고 내 글은 여전히 그림책에서 영감을 얻는다. 숲과 그림책은 전쟁터 같은 세상의 모습 말고 고개를 돌리면 평화롭고 아늑한 세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세상에 그런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면 정말 평화로울 텐데... 자신의 마음에 평화를 얻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