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서

by leaves

문화재단에 있을 때 이안 보스트리지라는 독일 성악가의 공연에 박찬욱 감독이 오신 것을 보았다. 그 성악가에 대해서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단지 내가 다니는 문화재단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 유명 성악가라는 점 밖에. 나는 퇴근을 하고 공짜로 볼 수 있는 공연 정도로 생각하고 별 설렘없이 공연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박찬욱 감독님은 일부러 표를 사가지고 공연을 기다리고 계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하셨지만 오히려 공연장에 온 사람들을 관찰하고 계셨다. 무슨 작품에라도 그 성악가의 노래를 쓰려 하시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연은 시작되고 나는 곧 숙면에 들어갔다.자장가만큼이나 감미로운 노래소리에 그만 잠이 들었다. 성악가는 여러곡을 그야말로 불어 제꼈다. 중간 중간 쉼도 없이 피아노 소리에 의지해서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아련한 감정이 들면서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낯선 독일어가 더욱 낯설어졌지만 한없이 부드러웠다.

예술가란 먼저 가 있는 사람일까. 자신이 점찍어 두었던 성악가의 노래를 듣기 위해 표를 사고 잘 모르는 도시의 공연장까지 와서 그 공연을 듣고 그 느낌 그대로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는.... 아직까지 왕성하게 영화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부분이다. 자신의 예술을 위해 귀찮아 하지 않고 낯선 것을 접하더라도 당당하게 그것을 수용하려는 모습을 그 날 나는 보고만 것이다. 예술을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세상의 것들에 별로 관심이 가지 않는 요즘. 감독님의 신작이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고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 설왕설래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나눌지 궁금하기도하다. 나는 다만 그의 열정을 잠시 엿보았을 뿐인데 어느새 그를 응원하고 있다. 나는 전혀 모르는 성악가를 찾아와 듣는 열정을. 그리고 예술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를 보았다는 것 때문에.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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