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의 힘

by leaves

비가 오는 날은 생각에 잠기기 좋다. 어두운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숨을 쉴때마다 습기 찬 공기가 내 안의 열기를 식힌다. 얼마 전 집 안에 어항을 들여놓았다. 물이 맑아지도록 여과기를 설치했는데 그때문에 졸졸졸 물소리가 난다. 마치 시냇물을 집 안에 들여놓은 듯한 소리에 마음이 편안해 진다. 거기다 빗소리까지 들리면 내 귀는 모두 물소리에 점령당한다. 나는 물을 좋아한다. 컴퓨터 화면만 하루종일 쳐다보는 직업을 가졌기에 기계에서 나오는 열기는 금세 내 몸을 건조하게 한다. 머리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 하지만 일을 안할 수는 없다. 그렇게 일에 치이다 임계점에 다다르면 나는 바다를 찾는다. 펜션을 예약할때 그곳에 수영장이 있거나 바다와 가까운 곳을 택한다. 그렇게 온전히 습기가 내 몸을 감싸면 나는 아이처럼 해맑은 웃음을 되찾는다. 나는 아마도 바다에서 살았을 것이다. 넘치는 생명력으로 바다를 휘젓고 살았을 것이다. 아직 우주만큼이나 알려진 것이 없는 신비한 바다. 그 짠내가 그립다. 조만간 제주도나 안면도라도 가고 싶다. 나는 좀 지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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