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티의 계절이 왔다. 인도의 짜이와 비슷한 홍차에 우유를 넣은 차다. 그 달콤쌉싸름한 맛이 인도여행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20대 후반의 젊은 시절, 직장을 그만두고 곧바로 여행길에 올랐다. 내 인생에 비행기를 타본 첫 여행이었다. 뭄바이 공항에 도착하자 덥고 습한 공기와 향신료 냄새가 가득했다. 생전 처음으로 다른 나라의 땅을 밟았고 충분이 이국적이었다. 도착한 날은 이미 저녁,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화려한 디스코텍 앞에 천막을 치고 바닥에서 잠을 자는 이들이 있었다. 불가촉천민이었다. 쥐가 득실한 그곳이 그들의 집이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 빈부 격차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시골 황토길에서 자전거를 탔던 기억이다. 붉은 색 황토길 옆에는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었고 우리는 닭요리가 맛있는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나는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새벽에 도착한 바라나시에서는 시체를 태우는 매캐한 연기가 나를 맞았다. 갠지즈강에서 보트를 타기도 했는데 그 더러운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는 것이 최고의 의식이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네팔로 가서 히말라야를 보고 싶었다. 가이드없이 3명이서 네팔행 기차를 탔다. 다음 날, 일출을 볼 수 있는 사랑고트로 향했다.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해야 했다. 새벽에 갑자기 복통이 찾아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산을 타는 동안 배가 아프지 않았고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갔다. 끝내 안나푸르나와 히말라야 사이로 뜬 붉고 말간 해를 볼 수 있었다. 바로 앞 설산이 손에 닿을 듯 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했다. 솔직히 한국에서 잘 지낼 자신이 없었다. 시간이 멈춘듯한, 욕심을 버리게 한 인도 여행을 통해 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자유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곳에 다시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결국 다시 가지는 못했다. 내 젊은 날 유일하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아 떠올릴때마다 가슴이 아린다. 밀크티 한잔을 마시며 내 영혼의 자유를 다시한번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