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을 읽다보면 이 세계에 머무르고 싶지만 한편으로 떠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 고통스러운 삶이지만 도망칠 수도 없는... 결국은 온 마음을 다해 살아갈 수 밖에...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으면서 온전히 이해하려고 애쓰는 인간의 숙명.결국에는 삶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걸까.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아니, 어디에 있어야 하는 걸까.
유칼립투스 오일향이 가득한 방안에서 이 향기가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기가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것처럼, 내가 보는 시야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면 어떨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은 영영 떠나버리고 새의 울음소리마저 달라졌다. 우리는 모두 그리운 것이 있다. 그것이 제각기 다를 뿐이다. 다정한 말투의 연인이 그립고 바다가 그립다. 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곳이 바다가 아닐지라도 물냄새가 나면 괜찮을 것 같다. 주기적으로 바다를 그리워 하는 건 역시 내가 그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일까. 그곳에서 떨어져 나와 겪었던 불운을 그곳에다 말하고 싶은 걸까. 조금씩 옅어지길 바라면서... 나는 갈데가 없다. 바다밖에...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깔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을 때 흘러나오던 음악들은 더이상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지구와 자전하고 공전하는 그 소리와 닮아 있었다. 나는 그 신비한 경험을 통해 바다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어쩌면 파도가 내 앞으로 밀려오면서 그 울림과 리듬감이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것과 우주의 것이 공명하는 그 순간 나는 아주 멋진 장소에 안전하게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숲에 가는 것도 숲에서 우주를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숲이 내게 잘 찾아왔다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잘 왔어. 넌 잘하고 있어."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나는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다. 온전하지 않은 나를 온전히 받아주는 느낌. 내 연인처럼.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떠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유혹에 흔들린다. 이곳이 아닌 저곳에 있고 싶다는... 그것은 모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중우주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먼 미래의 인류가 아니면 신이 우리를 아주 많이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나는 몇갈래로 갈라져 있을까. 내 꿈 속의 나는 그 중 하나일까. 지금의 나와는 얼마나 다르고 또 행복할까. 아마도 지금의 나가 가장 행복한 것은 아닐까. 그건 너무 끔찍한가. 이대로 나이들고 싶진 않다. 나는 다른 나로 죽고 싶다. 하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어떤 나로 죽어야 할지. 다시 바다나 숲을 찾아야 겠다. 나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