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by leaves

그런 날이 있다.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내 경험에 의하면 그럴 때일 수록 움직여야한다. 하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느낌상 얼마 있지 않으면 회복이 될 것이다. 내 운에 관해서라면 사실 난 일하고 싶던 영화사에서 일했고 유명한 영화제에서도 일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냐하면 그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것은 일로 하면 안되나보다. 요즘 쿠팡 플레이를 공짜로 보여준다고 해서 열심히 보고 있다. 반가운 영화들이 눈에 띄였다. 우디 알렌부터 프랑스영화들까지. 지금 프랑스영화를 보니 예전에 내가 인내심이 꽤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아는 언니는 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영화가 좋아서 영화과로 진학했으니 그 세계가 따로 있나보다하는 생각이 든다. 한때 코아아트홀로 유명했던 곳에서 일했는데 커뮤니티를 잘 활용해서 극장이 활기를 띄였다. 얼마전에는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제작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벌써 우리가 그런 나이가 된 것이다. 오늘도 영화음악을 들으며 나 혼자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다. 어릴 적에 했던 그대로 나는 별로 변한게 없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건 다행이다. 위안받을 곳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또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영화음악... 그 아련함에 어쩐지 가슴이 아려오기도 한다. 아주 예전에도 나는 영화제목을 나열하며 그 시절이 아쉬워 눈물 짓곤 했다. 나는 영화에 기대어 여기까지 왔나보다. 그것이 SF든 드라마든 말이다. 동화를 쓰는 것이 어려운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어려운지 생각해보는 중이다. 내가 다른 이야기를 쓰게 되면 또 어떤 이야기를 쓰게 될까. 내가 아는 언니는 벌써 두번째 동화를 집필 중이란다. 이렇게 내 주위 사람들도 잘 지내고 있다. 이 겨울의 안녕이다. 확실히 글을 쓰는 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해소가 되기도 한다. 마치 그곳으로 도망치듯 달려가게 되니 말이다. 눈이 보고 싶다. 스키장이라도 갈까. ㅋㅋ

작가의 이전글러브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