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빛나는데 바람은 아직 차다. 잠깐 커피를 사러 다녀왔더니 기분 전환이 되었다. 아직 산책을 갈 날씨는 아닌 것 같다. 겨울이 길어지니 내 안에 알 수 없는 우울이 스며든다. 나는 봄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 걸까. 걷기만 해도 기분좋은 포근한 날씨를... <야생의 위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온 박물학자인 작가가 자연을 통해 치유하는 과정을 적은 책이다.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 역시 이불 속에만 쳐박혀 있고 싶은 생각이 들때가 있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으면 더 우울해지리라는 것을 아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우울증에 자연이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봄날을 살짝 엿볼 수 있다. 경험에 의하면 환절기는 기분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다. 겨우내 가라앉았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침몰하기 일쑤다. 자기혐오와 비판이 폭발한다. 남들에게는 간단한 일상이 불가능한 것처럼 여겨진다. 씻고 먹는 것조차 버겁다. 이런 것을 우울증 삽화라고 한다. 우울증을 완화하려면 주변 경관에 새가 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녀는 정원에 새들을 끌어들이기로 한다. 그녀를 깨우는 것은 자연의 경이를 찾아나서려는 본능이다. 나 역시 위로를 받는 것의 큰 부분은 자연이다. 잠깐 날이 좋았을때 걸었던 안양천에서의 기억이 나를 일깨운다. 새들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겉옷을 벗어야 할만큼 온화한 날씨였다. 나는 이제야 올 한해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나에게도 긴 겨울이 있었다. 세상의 세찬 바람과 차가움에 얼어붙을듯 했다. 그때 운명처럼 자연이 내게 다가왔다. 숲에서 부는 산바람, 푹신한 낙엽길, 새소리와 풀냄새 그 모든 것이 치유제가 되어 주었다. 시간을 되돌릴수만 있다면 그 순간으로 다시 가고 싶다. 제주도에서 보낸 2주도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그때 그런 여유를 가졌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아름다운 시절이여 다시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