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가 심상치 않다. 창문을 뚫고 들어올 기세다. 그러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더니 비가 내린다. 카페에 앉아 있던 나는 우산을 가지고 가지 않아서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었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카페 앞 놀이터의 나뭇잎들이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며 오르락내리락한다. 그야말로 폭풍의 언덕. 사실 나는 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광기마저 있어보이는 남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질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 어떤 이상형도 없이 연애를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배우나 가수 중 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잘생긴 사람, 웃긴 사람, 똑똑한 사람 그외에도 매력있는 사람들이 나의 마음을 훔치곤 했었다. 그게 차라리 연애보다 더 오래갔던 것 같다. 나는 연애가 즐겁지 않았고 재미가 없었다. 당연히 연애소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런 걸 좋아하는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어느새 날씨는 푸른 하늘이 보이며 비가 그치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폭풍이라도 온걸까. 날씨가 싱숭하니 내마음도 생숭하다. 오랜만에 보리차를 끓였다. 다 끓인 보리차를 컵에 따르는데 그 호로록하는 소리가 이 날씨와 딱이다. 차가운 나의 마음을 데워준다. 보리차를 마시며 생각한다. 연애란 무엇일까. 왜 우리에겐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이 오는 걸까. 어떻게 그 아름다운 감정이 내게 온 걸까. 생각할 수록 감사하다. 수필을 써야하는데 요즘 슬럼프인가보다. 아니면 일생이 슬럼프인가. 주위를 아름답게 하는 것부터 하고 싶다. 꽃을 사고 싶다. 그 향기를 맡으며 나에게 또는 그에게 어울리는 향기가 무엇인지 상상해본다. 낙엽 태우는 냄새는 어떨까. 오늘은 그 향기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