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런던은 5 대호로 둘러 쌓여 있어요. 그래서 위로 가나 아래로 가나 옆으로 가나 호수가 나오기 마련이지요. 호숫가에는 녹지와 공원이 형성되어 있어 피크닉이나 캠핑, 트레킹을 즐기기 그만입니다. 그런데 어느 호수를 놀러 가든 크고 작은 배가 참 많이 떠 있더라고요. 1인용부터 4인용까지 크기도 다양한 카약, 서서 타는 패들 보드, 엔진이 달린 낚싯배와 소형 유람선처럼 생긴 보트, 그리고 여러 명이 한 번에 노를 젓는 조정까지 배의 종류도 무척 다양합니다.
파이너리 공원에서 1시간 동안 카약을 빌려 탔는데 처음에는 좀 무서웠지만 금세 적응이 되더라고요. 잔잔한 물 위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자체로 힐링이었어요. 이래서 캐나다 사람들이 배 타기를 좋아하나 보다 싶었죠. 카누와 카약, 좀 헷갈리시죠? 실은 저도 처음에 어떤 것이 카누인지, 카약인지 구분하기 힘들었어요.
카누는 캐나다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쓰던 전통배를 말합니다. 한쪽만 날개가 달린 노를 써서 배를 움직입니다. 카약은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이 원조로 16세기에 북극을 탐험한 영국인들이 발견한 후 스포츠 레저로 자리 잡았다고 해요. 카약의 노는 양쪽에 날개가 달려 있어서 카누보다 배 운전이 용이해요. 영국인들이 수상 스포츠로 카약을 즐기기 시작하자 캐나다인들도 부랴부랴 카누를 수상스포츠로 발전시켰다고 해요. 그런데 캐나다도 가족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 보면 대부분 카약을 이용하더라고요. ^^
여름이 지나가니 아마존과 옥션 사이트에서 여름용 레저 상품 빅세일에 들어갔길래 우리 가족도 부랴부랴 카약과 패들보드를 50~60프로 할인된 가격으로 장만했어요. 아이들 방학이 곧 끝나가고 우리 부부도 9월이면 칼리지에 입학할 예정이라 8월에 부지런히 놀러 다녔습니다. 게다가 지인이 카약 타기 좋은 와일드우드 공원을 알려줬어요. 집에서 3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더라고요. 쿠바의 아름다운 카리브 해안도 좋았지만 집 근교에 호수와 잔디, 거목과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 공원이 찌끔 더 좋네요. 아마도 가성비 갑? ㅎㅎㅎ
와일드우드 보호관리지역
와일드우드에 형성된 호수는 강을 댐으로 막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바다같이 큰 5 대호처럼 보트 타기가 부담스럽지 않아요.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 한 물살이 잔잔하고, 아주 작은 모래사장도 형성되어 있어서 아이들 물놀이하기 참 좋습니다. 잔디밭 중간중간 나무로 된 의자와 벤치가 있어서 가족단위로 또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비비큐하며 놀기 아주 그만이에요. 개인용 보트 선착장이 두 군데 있어서 보트가 많이 보였어요. 또 차로 카약을 실어와 딱 카약만 즐기고 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지요.
날씨가 좋던 8월의 어느 날, 맘 통하는 지인 가족들과 모여 즐거운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가족보다 더 부지런한 한 가족이 카약과 패들보드를 가져와서 이때 제대로 카약킹을 해 본 남편이 카약과 패들보드에 뿅 반해 바로 폭풍 검색 들어가더라고요. 부지런한 남편 덕분에 비싼 카약과 패들보트를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텐트나 캠핑 장비, 수상 스포츠 장비 등 여름에 주로 이용하는 장비들이 8월 말이 되자 할인을 50프로 이상 하니까 만일 장비를 구비하고 싶다면 이 시기를 한번 노려보는 걸 추천드려요.
와일드우드 공원 내 모래사장
한국인들이 모였으니 BBQ는 국 룰이죠
이야~쫀드기까지~이날 횡재했습니다 ^^
아이들은 또래끼리 모여 게임도 하고
함께 온 멍멍이도 오랜만에 콧바람을 쇠었지요
친구가 빌려준 카약을 탔다가 홀딱 반한 두 부자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와일드우드 공원에 완전 반한 우리 가족은 며칠 후에 또 방문했어요. 집에서 가까우니 날씨가 좋을 때 자주 가 줘야죠. ㅎㅎㅎ
배를 타고 내리는 갑판 근처에 짐을 풀어봅니다
여기도 저기도 카약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어요
구명조끼 없이 비키니로 패들보드를 운전하는 여인! 너무 멋졌어요.
튜브형이지만 짱짱하고 안전합니다. 휴대도 간편하고요.
큰아이와 먼저 탑승, BTS 노래를 들으며 유유자적 호숫가를 탐험합니다
영차영차, 노 젓기에 열심인 사람들
뒤늦게 합류한 콜롬비아 친구 가족에게 짜파게티를 대접했더니 아이들 모두 폭풍 흡입
카약이나 보트를 타는 데크, 이렇게 선착장을 이용하면 튜브형 보트에 스크래치가 나지 않아 관리하기 좋습니다
사이좋게 패들보드를 탄 아빠와 아들, 패들 보트가 카약보다 더 재밌어요!
캐나다 런던은 10월 말에 눈이 내린다고 해요. 후들후들... 바깥나들이하기 좋은 때는 4월부터 10월까지라 아쉬워서 그런지 더 열심히 놀러 다니게 되네요. 겨울이 오면 너무 추워서 호숫가 나들이는 생각도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의 나들이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이 시절을 좋은 추억으로 떠올리겠지요? 그리고 어른이 되어 아이를 낳으면 또 이렇게 아이들과 즐길 수 있게 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