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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08. 2022

<당신이 있어 참 좋다> 리뷰

최윤석 작가의 소박하고 진솔한 자화상

책을 단숨에 읽어버려 난감했습니다. 어.. 어.. 감상문을 써야 하는데, 전자책이라 밑줄을 긋지도 못했는데... 종이책이라면 마음에 담은 문구를 형광펜으로 칠하거나 해당 페이지를 살포시 접어라도 두건만 전자책이라 그저 훌렁훌렁 읽히는 대로 넘기다 보니 앉은자리에서 그만 다 읽고 말았습니다.   


최윤석 작가의 에세이 <당신이 있어 참 좋다>를 읽기 위해 yes24에 가입해 첫 전자책을 구입했습니다. 알라딘만 10여 년 넘게 이용하다가 yes24를 처음 이용했어요. 그러니 yes24가 알아줬으면 합니다. 최윤석 작가님 덕분에 이용 고객이 한 명 늘었단 사실을 말이죠 ㅎㅎㅎ


브런치에서 초이스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신 최윤석 작가는 KBS 드라마 PD이기도 합니다. 초이스 작가님과 브런치에서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제가 브런치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리바리할 때 제 글을 마음으로 읽어주는 소중한 글벗 중 한 분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섬세하고 따스한 피드백 덕분에 글을 쓸 때마다 얼마나 힘이 났는지 모릅니다. 진솔하고도 휴머니즘 가득한 시선 때문일까 작가님이 발행한 브런치의 글을 읽고 나면 가슴 한편에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했지요. 그때 감동적으로 읽었던 글들이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예쁜 표지를 달고 세상 밖에 나온 것이 신기하고 반갑습니다.


Yes 24 기사에서 최윤석 작가님 사진을 퍼왔습니다. 이렇게 생기셨군요 ^^


최윤석 작가가 연출했던 <추리의 여왕 2>, <김과장>, <어셈블리> 등의 드라마와 초이스 작가로서 브런치에서 쓴 에세이와 단편 소설을 읽으면 이분은 참으로 한결같은 사람이란 걸 알게 됩니다. 낮은 자리에서, 묵묵하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비범한 것을 발견하는 고운 눈을 가진 분이란 걸 말이죠.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놀라우리만치 솔직하다는 데 있습니다.


나는 대놓고 그 애를 싫어하지는 않았다....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도 나는 겁쟁이다...(그때 그 아이)


초등생 시절 아이들이 모두 싫어하던 그때 그 아이를 용기 있게 대해주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우연히 식당에서 자신이 오디션을 한, 결국 떨어졌던 어떤 배우의 이야기 속에서 초심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고백합니다. 제대 후 아버지의 병환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작가는 공부를 위해 자신이 다니던 연세대학교 알렌관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그러다 그곳에서 후배를 만나게 되고 부끄러움을 느꼈다고도 고백하지요. 또 아버지의 돌아가시기 몇 달 전의 일화에서 자신이 조금 더 아버지에게 다정하게 이야기했더라면 하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나의 열등감 연대기> 속에서 자신은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르 같았다고도 하지요.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는 나 역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누군가를 도와주지는 못할지언정 누군가를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오디션이 끝나고 만난 연극배우)


생각해보면 나는 '살리에르'처럼 살아왔다. 나름 꽤 열심히 살았지만 내 앞에는 범접할 수 없는 누군가가 꼭 있었다. 그들은 내게 지독히도 깜깜한 그림자를 드리웠고 나는 어둠 속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그들의 뒤를 끊임없이 쫓았다...(나의 열등감 연대기)


수많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립니다. 어떤 자화상은 실제 모습보다 더 잘생기거나 고급스럽게 그립니다. 어떤 자화상은 자신의 천재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빛의 화가 렘브란트는 자신이 잘 나갈 때는 잘 나가는 모습 그대로, 피폐해지고 쇠락해진 말년에는 그 모습 그대로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그림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이지만 가장 중요한 진실의 힘을 렘브란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작가는 지금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고백하는 작가의 의지에서 진실된 자화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죠. 글을 읽는 내내 초이스 작가님이 꼭 내 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았습니다. 작가님이 고백한 모습들이 결코 작가님만의 경험은 아니었거든요. 진실된 이야기만이 독자로부터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는 것을 오랫동안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작가님은 잘 알고 계신 거지요.


부끄러울 수도 있는 자기 고백 속에서 한층 성장된 모습으로 세상을 조금 더 넓게 품고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순전한 자신의 경험으로 독자들을 설득하고 다독입니다. 그리고 그 씁쓸한 경험들이 어느새 삶을 달콤한 초콜릿 상자로 변화시켜 준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식당에서 만난 연극배우 덕분에 작가님은 그 이후로 오디션에서 배우들의 이야기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그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배우들의 기량을 더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자신보다 한발 더 앞서간 천재들 덕분에 노력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다정했던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 작가님 역시 다정한 아버지가 되어 있었지요.  


책의 1부는 대학생 시절까지의 자화상이었다면 2부와 3부는 방송국에 근무하는 직장인으로서, 남편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생활하며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방송국에 근무하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든 비하인드 스토리도 재밌지만 드라마 PD 생활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휴스턴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과 금상을 받은 작가님이지만 매번 드라마를 흥행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또한 일반인이 느끼는 스트레스와는 또 다르겠단 것도 알았습니다. 드라마의 감독이자 지휘관으로서 결과에 대해 홀로 책임질 때 느끼는 외로움도 참으로 클 것 같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 작가님에 대한 내적 거리감이 한결 줄어들었습니다. 정확히는 드라마 PD라는 직업인에 대한 내적 거리감이지만요. 겉으로 보기에 화려한 방송국에서 일하시지만 직업인으로서, 가장으로서, 또 인간 최윤석으로써 느끼는 회로 애락의 결이 기실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데에서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깊은 공감과 커다란 위로를 얻게 됩니다.


'잠시 멈춰 서서 내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 책'이라는 남궁민 배우의 추천사가 꼭 맞는 <당신이 있어 참 좋다>, 깊어가는 가을에 잠시 속도를 늦추고 내가 만난 경험과 사람들과의 인연 속에서 나는 얼마큼 성장했고 반성해왔는지 그간 걸어온 길을 곰곰이 돌아봐야겠습니다.




yes24 서고에 제1호로 들인 책입니다. 앞으로 이 서고에 브런치 작가님들의 책으로 채워보려 합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294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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