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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넷맘 Jun 22. 2023

뉴질랜드 이민 | 민폐육아 | 아들만 넷이라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아넷맘입니다.^^
언제나 바람잘 날 없는 아들넷 육아!
이번주에도 스펙타클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이웃집 창문을 깨는 사고를 냈습니다 ㅠㅠ
순탄치 않았던 처리 과정,
아들 넷을 키우며 느꼈던 민폐에 대한 생각들을, 영상에 담아 보았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영상이 아이를 키우는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과 힘이 되는 따스한 영상이 되길 바랄게요.
댓글과 좋아요는 아넷맘에게 큰 힘이 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https://youtu.be/mQoPilsDr0c


<글로 읽으려면 아래 참고하세요^^>


야심한 밤, 지구 반대편에서는 한 여자가 예술혼을 불사르고 있다.

하늘로 솟은 엉덩이와 쩍벌어진 다리는 요염하기 짝이 없다.

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한치의 오차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고객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요구사항이 제각각이다.


아들 넷의 머리를 자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남자 아이의 머리는 왜 이렇게 빨리 자라는지.

미루고 미뤘는데 오늘은 큰맘을 먹었다.

더는 봐줄 수가 없는 꼴이다.


그녀는 나름 경력 7년차의 야매 헤어드레서다.

미용실 부럽지 않은 장비에

쌀쌀한 날씨를 고려해 히터까지 켜놓고

고객 맞춤 영상까지 제공한다.


나름 스킬도 늘어서 빗을 대서 기장을 맞추고,

뒷머리 라인을 만들고,

구레나룻까지 깔끔하게 정리한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고객만족 100%다.


사실 삼둥이는 미용실에 가본 기억이 거의 없다.

두세달에 한 번씩 아들 넷 커트비용도 무시못했지만,

실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민폐를 주기 싫어서였다.

-


나는 민폐녀다.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사람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는 여정은 그 누군가에게 민폐 될 상황을 자주 만들었다.


아이가 아파서 갑작스럽게 휴가를 썼던 날,

육아휴직을 쓰는 바람에 원치 않는 팀으로 발령을 받아 울었던 날,

비행기에서 우는 아기를 달래느라 식은 땀을 흘렸던 날,

지하철에서 아이의 울음소리 때문에 부랴부랴 아무 역에 내렸던 날.

엄마가 된다는 건 때로 곤란하고 난처한 일을 마주하게 했다.


특히나 아들넷을 키우는 여정은 더 험난했다.

세 아기를 보면 다들 귀여워서 처음에는 어쩔 줄 몰라 했지만,

한시간이 지나면 다들 이 공간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든 혼자 감내하려고 했다.

친정과 시댁 도움 없이 생후 130일 때부터 아이들을 홀로 키웠고,

친구네 가족과 여행을 가던지, 아이들끼리 하루 잡아 놀게 하던지,

그런 소소한 육아의 해소구도 나에겐 없었다.


나는 그렇게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살았다.

뉴질랜드로 훌쩍 떠난 것도 언제나 혼자였기에 홀가분한 결정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만은 편했다.

이 결정이 누군가에게 민폐를 주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통제하려 해도 일은 터진다.

걸어 다니는 네 개의 시한폭탄은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


-


폭풍전야의 바다처럼 유난히 고요했던 밤,

한밤중에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린다.

열어보니 어떤 여자가 다짜고짜 화를 낸다.

아이들이 유리창을 깼다는 얘기다.


그녀의 손에는 돌이 들려 있다.

가슴이 두근두근.


죄송하다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뿌리치며 돌아가버린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진짜 깨져 있다.

정말 큰일이다.


아이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우물쭈물하던 아이들이 그제야 털어놓는다.

펜스 아래 있던 돌을 갖고 놀다가 실수로 던졌는데

쨍그랑 소리가 나서 무서웠단다.


세어보니 지난달만 해도 벌써 여러 건이다.

자전거를 타다 창고 벽을 부셨고

샷시 도어락도 고장 냈다.

이것만 고치는데 300불가량 들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돈이 아니다.

우리집이 망가지는 건 괜찮은데 남의 집에 민폐가 되는 건 용납이 안된다.

이럴 때는 정말 화가 난다. 따끔하게 혼을 낼 타이밍이다.


잔뜩 풀이 죽은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자신들의 잘못이 얼마만큼의 무게인지 느껴야 한다.


빵을 사들고 아이들과 이웃집으로 향한다.

아이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게 했다.

그제야 기분이 풀렸는지 이웃의 태도도 누그러졌다.


다음 날, 주인 할아버지가 알려준 유리업체에 전화를 했다.

집주인에게도 전화를 해서 다시 사과를 했다.

또 얼마나 나올까?

300불? 500불?


그래도 다행이다.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어 다행이고,

사람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고,

아이들이 500불만큼의 인생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이것 또한 다행이다.


오늘은 한 달에 한번 있는 팀 미팅 날이다.

팀 미팅은 늘 저녁에 한다.

뉴질랜드는 아이가 집에 혼자 있는 게 불법이기에,

아이들은 팀 미팅 때마다 유치원에 함께 간다.


다행히 유치원 원장이 나의 사정을 이해해줘서 아이들을 데리고 직장으로 간다.

또 민폐다.


회의를 하는 내내 시계를 바라본다.

엄마가 언제 끝날지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결국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고 나서야 회의가 끝났다.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 그러나 어느 하나 불평하는 아이가 없다.


밤하늘에 빼곡히 박힌 수많은 별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나만의 동굴에서 아이들을 나 혼자 키웠던 걸까.

저 하늘의 별들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가 내 아이들을 함께 키워준 것이 아닐까.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돌이켜보니 나는 온 마을 이상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받았던 것 같다.

공원에서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준 어느 키위 부부,

집 앞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아이를 데리고 와준 어느 할머니,

회의하는 동안 아이들이 언제든 머물 수 있도록 허락해준 원장,

아이들의 실수를 너그러이 이해해준 친절한 이웃까지.

우리 아이들은 나 혼자 키운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배려로 자란 것 같다.


어떤 가정이라도 아이를 성인까지 키우는 건 굉장히 긴 여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받은 배려를 다시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나 또한 내가 받은 배려만큼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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