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넷맘 Jun 11. 2023

뉴질랜드 이민 | 세상에 이런 부부도 산다

이 남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여기 한 남자가 있다.

There is a man here.

그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집에만 오면 침대와 혼연일체가 된다.

He lacks energy. When he comes home, he becomes one with the bed.

머리만 대면 레드썬이다.

Just by seeing the bed, it's a Red Sun.

다소곳하게 모은 손과 발, 잠자는 모습이 꼭 단아한 공주 같다.

With hands and feet lazily gathered, his sleeping figure resembles a graceful princess.


그는 말이 많다. 잔소리도 많다.  

He talks a lot. He nags a lot too.

남자끼리 커피숍 가서 몇 시간씩 수다 떠는 사람,

He is the type of person who spends hours chatting with male friends at a coffee shop,

바로 이 사람이다.

and that person is him.

그러나 입에 달린 모터만큼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언제나 말뿐이다.

However, he doesn't move as much as his mouth does. He's always all talk.

구렁이 허물 벗듯 옷과 양말을 아무데나 휘리릭 벗어 놓는 것은 물론이요.

Like shedding the skin of a snake, he casually takes off his clothes and socks anywhere. 

설거지한다는 사람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And the person who claims to do the dishes never actually moves.


그는 은근히 귀엽다.

He is subtly adorable.

결혼 전에는 진중한 상남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Before marriage, I thought he was a serious and mature man, but he wasn't.

귀여운 햄톨이다. 

He's a cute squrrel.

그는 가끔 뜨악할 정도로 상큼한 영상을 보낸다.

Sometimes, he sends videos that are so refreshing it's almost shocking.

이제는 오빠가 아니라 동생 같다.

Now, he feels more like a younger brother than an older brother.


여기 한 여자가 있다.

There is a woman here.

그녀는 에너지가 넘친다. 가만히 있지 못해 일을 벌리기 참 좋아한다.

She overflows with energy. She can't sit still and loves keeping busy.

가슴속에 맺힌 열정을 칼춤으로 풀어내야만 사는 기이한 사람이다.

She is a strange person who must express the passion in her heart through dance.


그녀는 꽤 즉흥적이다. 

She is quite spontaneous.

말보다 늘 행동이 앞서고 마음먹으면 무조건 해야 한다.

Her actions always precede her words, and once she makes up her mind, she must do it.

결심한지 두 달 만에 홀로 아들넷을 데리고 뉴질랜드로 날아갔으니, 

Just two months after making up her mind, she flew to New Zealand with her four children.

그녀의 추진력은 가히 로켓배송급이다.

Her drive is truly rocket-like.


그녀안에는 장군이 산다.

Inside her, there is a general.

이 장군은 멀티 플레이어다. 성격도 무지 급하다.

This general is a multiplayer. Her personality is extremely quick-tempered.

양손을 사용하는 건 물론이요.

She uses not only her hands but also her entire body.

배고픔도 못 참아 뜨거운 음식을 허겁지겁 꾸겨 넣는다. 

She can't resist devouring hot food without waiting.

그녀가 놀랐을 땐 웬 남자의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When she gets surprised, a man's voice comes out of her.

신혼 때는 이 우렁찬 남자를 숨기려고도 해봤다.

During their honeymoon, she tried to hide this loud man.

그런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더라.

But people don't change easily.


이 둘의 첫만남은 로맨스 영화처럼 운명적이었다.

Their first encounter was as fateful as a romantic movie.

기차 안, 옆자리에 앉은 그를 마주한 순간 

Inside a train, the moment she faced him sitting next to her,

그녀는 플러그가 콘센트에 꽂히듯 사랑이라는 전류를 맛보았다. 

she felt a current of love surge through her like a plug being inserted into a socket.

인정할건 인정하자. 그는 키 186센티에 출중한 외모의 훈남이었다.   

Let's admit it. He was a handsome man, 186 centimeters tall.



그래서 그녀는 호감을 보이는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Because of that, she couldn't understand why she showed interest in him.

혹시 돈 뜯으려고 달려든 꽃제비가 아닐까 의심되었다.

She suspected that he might be trying to deceive her for money.

엉뚱한 그녀는 그가 제비인지 확인해보려고

그에게 가방을 맡긴 채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The whimsical her even left her bag with him to go to the restroom and check if he was a fraud.


“저는 꿈이 있어요. 언젠가 하늘을 날 거예요.” 

"I have a dream. Someday, I will fly in the sky."

20대 후반의 그는 꿈이 있는 사람이었다. 

In his late twenties, he was a man with a dream.

꿈이 있는 남자.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를 헛되이 살지 않을 남자.

A man with dreams. A man who wouldn't live his days in vain to achieve those dreams. 

그녀는 그의 꿈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She wanted to support his dream.

그렇게 그들은 만난지 6개월만에 결혼을 했다. (혼수는 덤)

So, they got married just six months after they met. 


이때부터 그녀의 삶에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From then on, waiting became a part of her life.

그는 퇴직금을 털어 늦은 나이에 미국으로 비행 유학을 떠났고, 

He used his retirement fund to study abroad in the United States at a late age,

그녀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돈을 벌어야 했다.   

and she had to earn money while raising their child alone.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일년 동안 그는 취직하지 못했다.

Even after returning from the United States, he couldn't find a job for a year.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취직에 대한 것을 묻지 않았다.

But she never asked him about getting a job.

갑작스럽게 찾아온 세 쌍둥이 임신에,

현실적인 문제로 스트레스 받을 텐데 부담을 주기 싫었다.

With the sudden arrival of triplets, she didn't want to burden him with practical problems and stress.

다행히 그는 세 쌍둥이가 태어나던 해에 꿈을 이루었다.

Luckily, he fulfilled his dream in the year the triplets were born.

덕분에 남편없이 홀로 출산을 했지만,

그게 그렇게 섭섭하지는 않았다.

Thanks to that, she didn't feel too sad about giving birth alone without her husband.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While raising their children, they often talked about education.

네 명의 아이를 한국에서 사교육 시키며 키울 수 있을까, 언제나 그것이 화두였다.

The question of whether they could afford to give their four children private education in Korea was always a topic of discussion.

한국에 있어도 남편의 비행 스케줄 때문에 늘 떨어져 있어야 했고,

Even in Korea, they had to be apart often due to her husband's flight schedule,

아이들은 핸드폰 너머의 아빠 모습에 익숙했기에 떠나는 것이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and the children were familiar with seeing their father through the phone. So, it wasn't a difficult decision to leave.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뉴질랜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She boarded the plane to New Zealand with the children.

그의 비행스케줄은 중요한 순간에 번번히 엇갈리는지,

뉴질랜드에 가던 그날도 그는 그녀와 함께 가지 못했다.

I wonder if his flight schedule always clashed at important moments because even on the day they were going to New Zealand, he couldn't go with her.

홀로 집을 구하고, 차를 사고, 중고로 가전, 가구를 들이고 나서야.

그는 번개처럼 짜잔하고 나타났다.

It was only after she found a house, bought a car, and furnished it with second-hand appliances and furniture that he suddenly appeared like lightning.


그리고 그렇게 돌아간 그를 2년반동안 만날 수 없었다. 

And for the next two and a half years, I couldn't meet him.

코로나라는 힘겨운 시간을 만난 것이다.

We encountered the difficult times of COVID-19.


그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He descends from the sky.

아이들이 한달음에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긴다.

The children rush towards him and embrace him in their arms.

장거리 비행에 피곤했을 텐데 늘 자신보다 나를 먼저 챙긴다.

Despite being tired from the long flight, he always takes care of me before himself.


그는 정말 가정적이고 따뜻한 아빠다.

He is truly a family man and a warm father.

사랑에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해준 사람이 바로 그다.

He is the one who made me realize that quality is more important than quantity in love.


불 같던 그녀에게 인내심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고,

부모의 따뜻함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해주었다.

He made the fiery me understand patience and taught me the warmth of parents.


사랑, 헌신, 가족에 대한 단어들을,

그녀는 그를 통해 배웠다. 

Through him, I learned words like love, dedication, and family.


그는 항상 페이스톡을 켜놓고 일거수일투족을 아이들과 함께 한다.  

He always keeps FaceTalk on and spends time with the children.

아이들은 핸드폰 속 작은 요정 지니가 된 아빠를 부지런히도 데리고 다닌다.

The children diligently bring along their father, who has become a little fairy in the phone.

(완이)


이별은 매순간이 처음인 것처럼 아프다.

Every moment of parting hurts as if it's the first time.

그러나 아이들은 아빠가 언제나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고,

기다림도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However, the children accepted the fact that Dad cannot always be with them and learned that waiting is also an expression of love.


언덕을 오른다.

We climb up the hill.

오클랜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이 언덕이 그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다.

This hill with a clear view of Auckland is his favorite place.

아빠가 그리울 때마다 가끔 이 언덕을 오른다.

Whenever I miss Dad, I sometimes come up to this hill.


언덕은 그녀의 삶과 닮았다. 

The hill resembles her life.

완만했던 길목에 그와의 사랑은 달콤했고 

Love with him was sweet on the gentle path,

가파른 길목을 걸을 때는 한걸음 한걸음 힘겨웠다. 

but every step on the steep path was challenging.

삶에 지쳤을 때, 모든 인생의 무게가 그녀에게 짊어졌다고 느꼈을 때도 있었다.

There were moments when she felt overwhelmed by the weight of life when she was exhausted.

그러나 멈춰서 바라보니,

올라온 만큼 삶은 아름다웠다.

But when she stopped and looked back, life was beautiful as much as she had climbed.


그녀는 이 여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She learned a lot on this journey.

힘든 만큼 삶이 무엇인지 깨달았고,

She realized what life is through hardships,

채운 만큼 마음을 비워냈으며,

emptied her heart as much as she filled it,

고독한 만큼 강인해졌다.

and became stronger as she embraced loneliness.

네 개 빛깔의 보석 같은 아이들.

아이들은 삶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았다.

Four jewel-like children. They made life even more beautiful.





그녀는 감사하다.

She is grateful.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어 감사하고,

She is grateful that the children grow up healthy and bright,


고된 일상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마흔의 나이에 다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and even though it is a demanding daily life, she can work again at the age of forty for the sake of the children.

그리고 지구반대편에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삼키며 오늘 하루를 견디고 있을 그가 안쓰럽고 고맙다.

And she feels sorry and grateful for him, enduring each day with longing for the family on the other side of the Earth.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가족이 있다.

There are countless forms of family in the world.

들여다보면 아프지 않은 삶은 없다. 

There is no painless life when you look closely.

저마다 말못할 사연 하나둘은 가지고 있다.

Each has untold stories.

사는 모양만 다를 뿐, 결국 지향하는 것은 사랑, 그것 뿐이다.

Despite different ways of living, ultimately, what we all strive for is love.


그렇게 오늘 하루를 버틴다.

That's how we endure today.

그리움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그리움으로 변하는 지금 이 순간,

Longing becomes love, and love turns into longing in this very moment.

그렇게 우리는 오늘 하루를 따로, 또 같이 산다.

So, separately and together, we live today.




https://youtu.be/Em3Dljmk2L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