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세상에서

서툰 어른으로 산다는 것

by ELLA

오늘 회사에서 끝내 큰소리를 냈다.


참는다. 나는 웬만하면 참고, 어지간하면 내가 먼저 수그리는 사람이다. 착해서, 이해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그냥 내가 참을걸 일을 괜히 크게 만들었나’, ‘그 사람이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면 어떡하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뒷감당에 더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위해 지금은 내가 참는 게 맞다고, 지금 잠깐 참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은 참지 못했다. 언성을 높였고 상대의 말을 끊으며 감정이 표출된 말을 모두 뱉어냈다. 그리고 이 짧은 일탈로 머릿속도 마음도 전부 뒤죽박죽 뒤엉켜버렸다. ‘내가 실수했나’


내가 끝내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상대에게 터뜨린 이유는 분명하다. 나는 부정적인 감정의 수용이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최근 나쁜 감정 덩어리이다. 온갖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회사 화장실에서 눈물 툭툭 떨구며 애써 억눌렀고 착한 사회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낭떠러지 앞에서 태연한 척 허세 부리던 나는 오늘 일련의 사건들로 하여금 주저앉아버렸다.


요즘 부쩍 ‘사회생활’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어렸을 적 교과목이었던 슬기로운 생활과 즐거운 생활에서 왜 어른으로, 올바른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은 배우지 않았는지, 아니면 배웠는데 내가 이미 이런 어른이 되어버린 건지, 사실 그 교과목은 지금 제일 내 인생에서 필요한 수업인데 왜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직장인으로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야 하는지.


대단하고 거창한 질문에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삼십 년 가까운 인생을 살아오면서도 아직도 나는 언제 참아야 하며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저녁 먹고 가자는 선배의 제안을 거절한 게 혹시 무례했을까 신경 쓰이고, 이직 고민하는 선배들을 보며 이 곳에서의 내 미래를 그리는 게 불안해지고, 쏟아지는 업무에 내가 배움의 길을 가는지 소모의 길을 가는지 혼란스러운 그런 서툰 어른이다.


담임 선생님 없이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나의 슬기로운 생활, 바른생활, 즐거운 생활이 이따금씩 한없이 무거운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나는 아직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 필요가 있는지, 그냥 아무렇게나 대충 살아도 되는지.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답은 무엇인지. 두통약을 먹고 침대에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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