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한 대화에 필요한 것

by 눈썹달

얼마 전 오랜만에 좋아하는 회사 후배와 식사를 했다. 후배가 속한 부서가 최근 워크숍 주관부서여서 후배도 준비하느라 고생했다. 덕분에 나도 잘 참여했고 같이 점심 한 번 먹자 해서 갖게 된 시간이었다.


업무적 연관 없이 오랜 세월 봐와서인지 서로에 대해 순수한 애정이 있다. 나보다 어린 친구지만 속이 깊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큰 사람이다. 그 친구는 나를 인생선배처럼 여기고 내 방식의 말하기와 유머를 재밌어한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 앞에 있으면 수다쟁이가 되고 만다. 그날도 밥 먹고 산책하고 차 마시면서 연신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마음이 조금 신난 상태가 되었고 회사로 돌아온 뒤에도 오후 내내 기분이 좋았다.


보통 상대에게 많은 말을 하고 나면 이내 마음이 불편해지곤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아무리 떠들어도 아쉽고 오히려 힐링된다. 후배와의 점심 후 좋은 기분이 유지되던 게 새삼스러워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그 친구는 나에게 네 가지를 많이 주었다.


많이 웃어주고,

많이 물어봐주고,

많이 들어주고,

많이 얘기해 주었다.


좋은 대화는 양방향이다. 물어봐주고 대답을 듣고 이어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어쩌면 그냥 대화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상대에 따라서 혹은 내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서 '그냥 대화'도 잘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게다가 요즘은 개인정보 보호의 시대라 사적인 질문이 조심스럽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 잘 물어보지 않는다. 궁금한 게 있어도, 호기심이 생겨도 가볍게 묻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내가 너무 조심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편하게 주고받는 대화가 자주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편한 상태로 실컷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더욱 즐겁게 느껴졌던 것 같다.


또 하나가 있다면 그 친구와는 안심하고 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지 않을까, 내 입에서 나간 말이 떠돌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었다. 더불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서로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오해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다리 뻗고 내 얘기들을 하게 되었고 그 친구도 내게 그러지 않았나 싶다.


사실 이런 대화 상대가 많지 않다. 많이 웃어주고 들어주고 물어봐주고 얘기해 주는 사람. 그리고 안심되는 사람. 내게는 가족 외에 직장 밖에 한 두 명, 직장 안에 두어 명 있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이들이 참으로 고맙고 소중하다. 내가 느끼는 것만큼 나도 그들에게 편한 사람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더 마음 써야겠다.



사진: https://unsplash.com/ko/@codyeng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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