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유독 임원분의 총애를 받는 직원이 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oo의 남자'라 칭하며, 놀리기도 하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나는 그와 업무적으로 연관성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지만 임원께서 보시기에 그가 일을 잘하니 그렇겠지 했다. 최근에 들은 얘기로는 이렇게 손발이 맞는 직원하고 일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할 정도니 업무 역량이 뛰어난 건 맞나 보다.
높은 분이 좋아하는 직원은 사랑받는 만큼 주변의 경계를 받기 일쑤다. 그는 그저 지시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인데 관련 직원들에게는 곱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윗분을 등에 업고 쉽게 간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는 총애와 오해 사이에서 의도치 않게 줄타기를 하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지난 워크숍에서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는데, 그가 의외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았다. 외동에,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살아온 세월이 길었다는 것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여러 일들을 했고 늘 열심히 살아왔다고 했다. 열심히 살아야 했으니 지금 열심히 하는 것도 그에게는 잘 살아가기 위한 기본 값인 듯 보였다.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시선, 오해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오해가 풀리는 때도 있지만 미운털로 콱 박혀버린 상대도 있다고 했다. 같이 업무를 제대로 해 본 적은 없어서 일할 때 어떤 모습인지 모르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조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그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 인사도 밝게 먼저 하고, 업무 관련 문의도 정중하게 하는 등 평소 예의가 발랐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냈다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들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견뎌온 시간이 있다. 나에게도 일일이 말할 수 없는 상황과 환경들이 있어왔듯, 다른 사람에게도 그만의 상황과 환경이 있었을 것임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고 쉽게 오해하고 쉽게 단정 짓는 일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대할 때 그 속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만의 이야기와 그만의 배경이 있을 거라는 이해를 갖는다면 좀 더 여유 있고 유하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