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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향 Sep 11. 2023

[쓰기의 바람 4] 은유를 쓰는 이유

정확하게 말하되 다르게 말한다


은유는 동일률(A는 A다)과 모순율(A는 A아닌 것이 아니다)라는 논리적 사고에서 벗어나, ‘A는 B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이다. A라는 원관념의 본질을 규정하고, 이와 유사성이 높은 이미지의 보조관념을 떠올려 연결한다. 그 유명한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오오’를 떠올려보면, 내 마음은 원관념이고 ‘잔잔하고 고요하다’는 원관념의 본질이다. 본질과 유사한 속성을 공유하는 ‘호수’를 보조관념으로 활용하였으며, 호수를 건널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노를 저어 건넌다’는 창의적 사고가 가능해진다. (『은유란 무엇인가』 참고)


그래서 은유를 잘 쓰려면 멀리 떨어지기와 가까이 연결하기, 두 가지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일단 한 발 물러나 원관념을 분석해야 한다.(마음은 흘러간다, 변화무쌍하다, 조절할 수 있다, 깨지면 회복하기 어렵다 등) 그 속성 중 하나를 골라 다른 보조관념과 연결한다.(마음은 변화무쌍하다 > 마음은 구름이다) 둘 사이가 너무 가까우면 재미가 없고(마음은 갈대다) 둘 사이가 너무 멀면 동의하기 어렵다.(마음은 키위다)


은유는 간접적으로 말하는 문학의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며, 그 중에서도 시는 은유의 놀이터라고 할 수 있다. 오은 시인의 “나는 오늘”은 나라는 존재를 토마토, 나무, 유리, 구름, 일요일 등으로 은유하고 이유를 설명하는 시다. “나는 오늘 토마토/ 앞으로 걸어도 나/ 뒤로 걸어도 나/ 꽉 차 있었다 (.......) 나는 오늘 일요일/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를 이토록 다양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니 신선하고 재미있다.



은유를 연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런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나만의 단어로 바꿔보는 것이다. “나는 오늘 화가 많이 났다”라고 쓰는 대신, “나는 오늘 코피/ 갑자기 터져버렸는데/ 멈추지를 않는다.”라고 쓸 수 있다. “나는 마음이 여리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오늘 은박지/ 쉽게 구겨져 버려/ 다시 펴도 자국이 남는다.”라고 쓸 수도 있다. 똑같이 ‘여리다’를 표현해도 은박지 대신 화장지나 두부를 활용할 수도 있으니, 가능한 단어를 마음껏 떠올려보며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골라보는 게 좋다.


그런데 은유는 왜 중요할까? 은유는 정확하게 말하되 다르게 말한다. 누구나 말하는 방식으로 말한다면 독자의 기억 속에 남기 어렵다. 그런데 은유를 읽을 때는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A와 B 사이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A와 B가 왜 같지?’), 독자는 멈추어야 한다. 멈춰서 한번 더 생각하면 휙 지나갈 때보다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은유는 읽기의 과속방지턱이 되어 준다. (앗, 이건도 은유다!)


또한 은유는 글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돕는다. 윌 스토의 『이야기의 탄생』에 인용된 뇌 스캔 연구에 따르면, “그는 힘든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보다 “그는 거친 하루를 보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 촉감과 관련된 신경 영역이 더 활성화되었다. 이 문장은 사포나 나무껍질 같은 보조관념을 생략하기는 했지만, 힘든 하루를 거친 사물에 은유하고 있다. 이때 은유는 글을 몸으로 느끼며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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