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과거
“솔직히 말해봐. 너, 세현이 때문에 나랑 친구 하는 거지? 솔직히 말해보라고 이 여자야! 너는 나보다 세현이가 더 좋지? 세현이랑 절교하면 나하고도 절교하는 거 아니야? 세현이보다 내가 더 잘해줄 테니까 나하고만 친구 해! 그 자식은 버려! 내가 세현이 따위한테 지다니. 믿을 수가 없어.”
-<20번째 생일날 만취한 영교가 재란을 붙잡고 울부짖은 말>-
다음날, 세현은 댄스 스튜디오에서 긴장한 채로 움직이다가 옆자리 남자와 부딪치고 입술이 찢어졌다. 피는 금방 멎었지만, 상처는 계속 쓰라렸다. 점심때 햄버거를 먹는데 입을 벌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기분이 울적했다. 역시 이 길이 아닌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는 뭘 해도 능숙하다. 사회성은 이재보다는 세현이 훨씬 좋지만, 무대 위에서는 그걸로 판단하지 않는다. 이재를 보면 타고나는 게 저런 건가 싶다. 회사 내에서 그들에 대한 평가는 비슷했다. 월말 평가서에 세현은 안정적, 이재는 폭발적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질투가 나야 정상인데 기분이 애매했다. 부족하진 않은데 끓어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모호한 재능? 절실하지 않은 마음? 어쨌거나 이대로 계속 가면 한 명은 잭팟인데 한 명은 꽝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모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여니 거실 바닥에 영교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두꺼운 책을 넘기고 있었다. 아직 학교 갈 때 복장 그대로였다. 세 사람은 적당히 인사를 나눴다. 세현은 얼른 샤워를 하고 싶었다.
“아, 나중에 재란이가 떡볶이 만들어준대. 재료도 싹 다 가지고 와서 할거래. 여긴 아무것도 없거든. 배고프더라도 일단 참아. 재란이 요리 엄청나게 잘해!”
영교가 발랄하게 부엌을 가리켰다. 그 말에 세현은 재란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다. 재료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가서 들어줘야 할 것 같았다.
“이재란은 어디 있어? 집?”
“아마 홀리 몰리 다운트에 있을걸.”
“거기가 어딘데?”
“도넛 가게야. 온 동네 애들이 다 모이는 곳인데 글레이즈가 맛있어. 나랑 재란이는 너무 달아서 싫어하지만.”
“거기서 뭐 하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에 서서 계속 질문을 던지는 세현을 영교가 짜증스럽게 바라봤다.
“뭐하기는. 홀리 몰리에선 잠자는 거 빼고 다 하지. 아니다. 가끔 거기 엎드려 자는 애들도 있더라. 오늘 재란이는 마틴하고 갔으니까 데이트하겠지.”
“데이트?”
되묻는 목소리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영교가 흥미롭다는 눈으로 세현을 바라봤다. 옆을 지나던 이재가 세현 대신 궁금한 것을 물어주었다.
“걔가 남자친구가 있었어?”
“너희 눈에도 재란이 예쁘지? 여기 남자애들 눈에도 재란이는 예뻐. 그럼 당연히 남자친구가 있지 않겠어? 궁금하면 가서 봐. 20분 정도 걸어가면 되니까. 데이트 겸 공부한댔어. 재란이가 스페인어가 서툴러서 마틴이 도와주는 거야. 곧 테스트거든.”
안 그래도 가라앉았던 기분이 지구 내핵으로 쑤시고 들어가는 것처럼 급강하했다. 영교는 다시 책을 파고들고 이재는 세현을 앞질러 2층으로 올라갔다. 세현은 꼼짝도 하지 않고 계단 난관만 꽉 붙잡았다. 터진 입술이 따갑다. 침실에서 이재가 뭐라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아마 먼저 샤워한다는 소리일 거다. 평소라면 부리나케 뛰어가 욕실을 차지했겠지만, 세현은 계단을 내려와 현관으로 향했다.
“어디 가?”
세현의 기척에 영교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
“한 바퀴 돌고 올게. 금방 와.”
“만약 홀리 몰리로 가는 거라면 나가서 왼쪽이야!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쭉 가!”
눈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리로 간다는 소리를 안 했지만, 영교가 친절히 알려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했지만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세현은 처음에 걷다가 갈수록 발걸음이 빨라졌다. 나중엔 거의 뛰었다. 적막한 동네에 세현의 발소리가 탁탁 울렸다. 오후 햇살이 반짝거리는 해변엔 제법 많은 사람이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해변은 우리나라 해운대와 비슷했지만 사이즈는 훨씬 더 컸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모래사장은 끝없이 펼쳐지고 푸른 바닷물이 조용히 밀려왔다 밀려갔다. 수영복을 입고 일광용을 즐기는 사람, 해안선을 따라 조깅을 하는 사람,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 모두 제각각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그중 제일 눈에 띄는 건 가방을 둘러맨 학생 무리였다. 그들은 모래사장 위에 둥그렇게 앉아 코크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그런 무리가 몇 개나 되었다. 모래사장 바로 옆, 적갈색 돌이 깔린 뉴포라 로드에도 젊은이들이 여기저기 걸터앉아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었다. 전반적으로 젊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사람만 많은 것은 아니었다. 뉴포라 로드 옆 2차선 도로 위로 자전거 행렬이 끊임없이 오고 갔다. 자전거 휠이 햇살이 번뜩거려 눈을 부시게 했다. 세현은 숨을 고르며 걸음을 늦추었다. 해변 입구부터 여러 가게가 늘어서 있었다. 가게 간판을 확인하며 걸음을 옮기는데 멀지 않은 곳에서 노란색 바탕에 멋들어지게 써 진 큰 h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이었다. 빨갛고 파란 색전구가 장식된 가게 간판은 촌스럽지만 어쩐지 낭만적이었다. 흰색 마커 팬으로 메뉴가 잔뜩 적힌 유리창 너머로 가게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세현은 뉴포라로드쪽에서 서서 그곳을 응시했다.
찾아보고 할 것도 없었다. 창가 옆 테이블에 앉은 재란이 바로 보였다. 재란은 어제와 다르게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틀어올려 얼굴을 드러내고 쇄골뼈가 드러나는 커다란 티셔츠를 입었다. 옷이 많이 큰지 소맷단을 아무렇게나 둘둘 말아 올렸고 가느다란 팔목이 대비되어 드러났다.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느긋해 보였다. 볼펜 끝을 입에 물고 물끄러미 책을 보고 있는 재란 옆에 체격이 좋은 동양계 남자 한 명이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다지 친밀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찰나 남자가 재란이 어깨를 짚고 재란이 보는 책을 넘겼다. 이젠 엄청나게 다정해 보였다. 그때부터 둘의 어깨가 닿아 떨어지지 않았다. 세현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당황스러웠다. 이 기분이 뭘까? 이상하게 억울하고 화가 났다. 그리고 마음속 밑바닥에 깔린 건 짙은 패배감. 맨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재란은 파도같이 쓸려왔다 쓸려가 버린다. 가만히 서 있는 세현의 발을 적셔놓고.
-남자친구라고?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귀에 익숙한 곡이었다. 무의식중에 손가락을 움직였다 한 박자 늦게 제목이 떠올랐다. 미하일 글린카의 <종달새>를 발라키레프가 편곡한 피아노곡이었다. 이 곡을 연습할 때 선생님은 러시아의 파란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달새를 상상해보라고 했다. “종달새는 잠시 네 손 위에 앉을 수는 있지만, 결국 날아가야 한단다. 그때 기분을 떠올려보렴.” 어렸을 때는 선생님의 말씀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바로 여기서 세현은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 피아노곡이 왜 이렇게 고요하고 쓸쓸하게 연주되어야 하는지 말이다.
그때 재란이 음료를 마시다가 세현을 발견했다. 갑자기 눈이 마주치자 세현이 놀래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데 재란도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세현의 목덜미가 순식간에 벌게졌다. 그에 비해 재란은 손을 가볍게 흔들며 인사했다. 가게 안 사람들의 시선이 재란에게로 모였다. 마틴도 고개를 돌려 재란을 보더니 곧바로 세현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시선이 쏠리자 세현은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참았다. 새파란 남자의 자존심이었다. 찰나의 순간에 두 소년은 상대를 샅샅이 훑었다. 마틴이 보여준 건 적대도 호의도 아닌 기묘한 느낌이었다. 그 사이 재란이 서둘러 짐을 챙기는 게 보였다. 마틴이 의자에 걸쳐둔 재란의 카디건을 들고 있다 건네주는 것도 보였다. 딸랑, 도넛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재란이 환하게 웃으며 세현을 향해 뛰어왔다. 세현은 이제 얼굴까지 붉어졌다.
“어떻게 된 거야? ”
길을 건넌 재란은 숨을 헐떡였다. 재란이 다가서자 달콤한 도넛 냄새가 풍겼다. 세현은 머리를 마구 쓸어올리며 열기를 털어내려 했다. 재란이 마틴 쪽을 힐끗 보더니, 세현의 팔을 잡아끌었다.
“일단 가자. 여긴 학교 애들이 너무 많아.”
“어? 어….”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진짜 어떻게 온 거야?”
“그냥. 떡볶이가 빨리 먹고 싶어서.”
세현은 대충 생각해 뒀던 핑계를 댔다.
“영교가 벌써 말했구나? 너무 기대하면 곤란한데. 떡볶이 좋아해?”
“한국에서는 거의 안 먹었는데 여기서는 먹고 싶네.”
“여기까지 온 거 보니까 얼마나 간절한지 대충 알겠어.”
재란이 킥킥 웃었다. 빨개졌던 얼굴이 좀 정리되자 세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마틴이 가게 밖으로 나와 걸어가는 두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녀석이 남자친구라고? 그렇다면 인사를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니야? 복잡해진 마음에 세현이 툭 물었다.
“아까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마틴이야?”
“그것도 영교가 말했어? 응. 현숙 아줌마네 아들이야.”
“현숙 아줌마?”
“응. 아줌마는 우리 집 하우스키퍼인데 아들만 셋. 마틴은 그중 막내야. 나랑 같은 학교 다니고.”
“둘이 데이트도 하고?”
유치하게 들리지 않길 바라며 세현은 자연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재란이 눈이 동그래지더니 곧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그거까지 들었어? 맞아. 밖에서 보면 그렇게 보이겠지.”
그리고 잠시 뜸을 들였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마틴은 일종의 보호자야. 남자친구가 없으면 꽤 불편하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보편적인 의미의 남자친구는 아니라고. 그러니 신경 쓸 거 없어. 그보다 너 입술 왜 다쳤어?”
보이는구나. 내가. 세현은 어이없게도 안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친구는 아니라는 말이 유독 크게 들렸고 신경 쓰지 말라는 말에 마음 한 가닥이 느슨해졌다. 세현은 자기도 모르게 실룩거리는 입술을 간신히 누르고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춤추다가 부딪쳤어.”
“어디 봐. 아프지 않아?”
“그럭저럭.”
재란은 마주 보고 서서 유심히 세현의 상처를 살펴보더니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납작한 알루미늄 케이스에 든 연고였는데 겉에는 초록색 잎사귀가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런 걸 들고 다녀?”
“내 주변에 덜렁이가 한 명 있잖아. 서영교 말이야. 매번 어디서 그렇게 다쳐오는지. 너희 집안 내력인가? 움직이지 마.”
재란의 손가락이 세현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건드렸다. 세현이 흠칫 몸을 떨었다. 톡. 톡. 나비가 파닥거리는 것처럼 허리 쪽이 간질거렸다. 재란이 상처 부위를 후후 불자 간신히 진정시켜놓았던 심장이 다시 거세게 뛰는 게 느껴졌다. 어쩌자고 애는…. 정말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걸까? 세현은 숨을 멈추고 물끄러미 재란을 내려봤다. 그런 세현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재란은 엉뚱한 소리를 해 댔다.
“너 진짜 키 많이 컸다. 올려다보는데 목이 아파.”
“다 큰 게 아니야. 더 클 거야. 아직 성장판 안 닫혔어.”
“방학 끝나고 그 나무에 가서 다시 키 재봤어?”
“응. 5cm 컸어. 그 다음번 방학에 10cm 넘게 크고.”
“그런데 얼굴은 그대로야. 너 크는 거 옆에서 보고 싶었는데.”
“엄마냐?”
날뛰는 심장을 부여잡느라 대답이 다소 퉁명스럽게 나왔다. 세현은 힐끔 재란 눈치를 보는데 재란은 별 의식을 안 하는지 연고를 세현의 옷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자. 선물. 또 다치거든 발라. 연습생 생활도 꽤 험난하네. 다치지 않게 조심해.”
세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연고 케이스를 쥐었다. 안 그러면 재란의 손을 잡을 것 같았다. 재란의 다섯 손가락을 얽어매고 자신의 소유로 하고 싶었다. 잠시 머뭇거리면 다른 소년이 넘볼까 봐 싫었다. 그러나 이 우스운 욕심을 설명할 길이 없어 세현은 손 대신 케이스를 쥐었다. 케이스는 차가운데 따뜻했다. 그리고 매끄러웠다. 재란의 손끝처럼. 태연하게 굴려고 애쓰면서 세현은 일부러 먼 데를 쳐다봤다. 둘은 바다를 등지고 집으로 향했다. 낮은 관목이 둘러싼 길을 따라 발을 맞춰 걷는 내내 세현은 재란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재란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재란은 선선히 대답해주면서도 자주 웃었다. 웃음으로 핵심은 피해 가는 기분이었지만 더 내어놓으라고 조를 수가 없었다. 마음을 들킬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집 근처까지 오자 재란은 추운지 카디건을 입었다. 금색 단추가 달린 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남색 카디건이었다. 재란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재란이 멀리 공원처럼 보이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 나무가 우거진 곳 있지? 저기가 숀 와일더가 태어난 집이야.”
“그 사람이 누군데?”
“90년대에 활동한 미국 보이 밴드 리더. 유명한데 몰라? 지금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어.”
“처음 들어.”
“러브 이모션(love emotion), 파인드 유어 트레이스(find your trace). 이런 곡이 유명해. 나중에 한 번 들어봐. 목소리가 달콤해. 나는 개인적으로 97년 뉴욕 공연에서 부른 ‘오퍼짓 페이지(opposite page)’란 노래를 좋아해. 숀 와일더의 솔로곡인데 언젠가 너도 한번 불러봐.”
그렇게 말하고는 뒤를 돌아 세현을 보면서 물었다.
“이제 곧 데뷔지?”
세현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긁었다.
“아직 몰라.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어. 데뷔조가 되도 정작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연습생이 얼마나 많은데.”
재란은 긴 소매 끝을 팔랑거리며 춤추듯 걸었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재란은 당연하다는 듯 세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물론 끝까지 가봐야겠지만 내가 제작자면 난 무조건 널 데뷔시킬 거야. 대한민국 최고가 될 재능이 있으니까. 처음 피아노에 앉아 있을 때부터 알았어. 스포트라이트는 박세현 몫이라는 걸. 박세현 너는 한국의 숀 와일더가 될 거야. ”
“객관적으로 보면 이재가 더 낫지 않아?”
너무 추켜올려주니 쑥스러워서 세현은 깊은 곳에 숨겨뒀던 진심 하나를 내밀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재 이름에 재란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세현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이재가 굉장히 잘생기긴 하지. 목소리도 멋지고. 그렇지만 숀 와일더는 너야. 네 목소리는 아주 깨끗하고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어. 네 연주랑 잘 어울리고. 나는 말이야. 영교한테 네가 연습생이 됐다고 말을 들었을 때부터 준비해둔 곡 리스트가 있어. 언젠가 네가 연주하고 노래해주길 바라는 곡으로만 벌써 백 곡이 넘어. ”
“... 목이 터지겠는데?”
그날 밤 세현은 숀 와일더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금발 곱슬머리를 한 위태로운 소년의 모습인 숀 와일더는 거친 외모와 미성의 조화가 돋보였다. 그의 솔로곡 오퍼짓 페이지(opposite page)는 ‘I’m crying when you smile. I love you when you hate me’부분이 절절했다.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연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져만 가는 마음. 세현은 종이에 가사를 옮겨 적으며 재란을 생각했다. 이 노래를 제대로 부른다면 재란이 세현의 팔에 내려앉아 주지 않을까? 아무리 종달새라도 쉬어야 할 곳은 있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작가의 말 : 다음은 현재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