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You inspire me

어디까지 상상해 봤니

by Iris K HYUN





아무도 너에게 말하지 않을 거고 충고하지도 않을 거야.

그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야.

왜냐하면 상상해본 적이 없으니까.



멕시코 시티에서 캐나다로 다시 돌아가기 이틀 전 만났던 아르헨티나 여자 둘이 있었다. 이건 그들이 자신의 친구가 썼다며 내게 보여준 글의 도입부이다. 같은 숙소에 있어서 아침 먹을 때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였는데 남미 사람 특유의 친근함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온갖 개인사가 오갔다. 내가 보려고 들고 나온 책은 펼쳐 보지도 못하고 그들의 가족사진을 보고 언니 결혼한 이야기를 듣고 전 남자 친구랑 왜 헤어졌는지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둘 중 하나가 자신의 친구 중에 종신형으로 감옥에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들의 나이가 당시 스물두세 살 정도였던 거 같은데 그 보다 더 몇 년 전이라면 대체 그 어린 나이에 살인을 저지른 이유가 뭘까 궁금했지만 좀 놀라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구김살 하나 없는 맑은 그들의 얼굴에서 돌연 삶의 무게가 확 느껴졌다. 데이트 폭력 뭐 그런 일들이 있었나. 정당방위로 그런 건가. 나 혼자 열심히 추측해보고 있는데 그들은 놀랍게도 친구는 자신에게 내려진 종신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길래?라고 묻는 내게 구구절절 설명 대신 친구의 글을 보여줬다. 스페인어라 구글을 돌려봐도 정확하게 그 의미가 들어오지는 않았는데 유독 저 첫 문장 몇 줄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요즘 글을 쓰면서 상상의 힘을 좀 느낀다. 사실 소설이라는 장르에 내 이야기를 녹여 보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그 안에서 좀 더 자유롭게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집스럽게 내가 추구하려는 그 진실은 내가 기억하는 표면적인 사건들 아래에 상당히 감춰져 있을 수도 있겠다는 자각이 든다. 있는 사실 그 자체에 갇혀 보지 못한 삶의 진실은 무엇일까. 의식의 강물에서 건져내는 재미난 것들에 상상의 힘이 보태진다면 좀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그렇게 흐르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이 힘을 바짝 들여 잡으려고 했던 그 진실을 더 또렷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건 아닐까.



책은 내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뱃속 어딘가에서 떠오른다. 그것은 내가 접근하지 못한 대단히 어둡고 비밀스러운 장소에 숨겨져 있으며 내가 그저 모호한 느낌으로만 짐작하는 것, 아직 형체도 이름도 색깔도 목소리도 없는 그런 것이다.

작가, 이사벨 아옌데(Isabel Allende)



커버 사진; 멕시코 과나후아토 대학(Universidad de Guanajuato)에서 본 돈키호테




https://www.youtube.com/watch?v=zTwpcuARPk4&list=RDzTwpcuARPk4&start_radio=1

각자의 다름으로 세상을 더 컬러풀하게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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