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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균의 코드블랙 Dec 09. 2020

‘2020 서울 인권 콘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12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서울시청에서 진행된 ‘2020 서울 인권 콘퍼런스’에 패널토론자로 참석했다. 주제별 세션 가운데, ‘정신보건과 인권’ 토론에 참여했는데, 국내 정신장애인 관련 분야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참여한 뜻 깊은 자리였다. 


소개를 하면 이영문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을 좌장으로 남윤영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부장과 박종언 마인드포스트 편집국장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토론자는 신석철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장,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김종옥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대표 등등. 그리고 나도. 


이어질 글은 그날 발표 내용을 다듬은 것이다. 생중계 토론이라 대상을 ‘시청자’로 지칭했는데, 이 글에서는 ‘독자’로 바꾸었다.      


2020 서울 인권 콘퍼런스-주제별 세션 ‘정신보건과 인권’ 보기
-5:48:34~ ‘정신보건과 인권’ 토론 시작 부분 
-7:03:36~ 본인 발표 부분     




오늘 저는 취재 과정에서 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최근 쿠키뉴스 몬스터랩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벽: 너와 나를 나누는>’ 중에서 정신장애인편 일부를 시청자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이 다큐 시리즈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수여하는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상 잘 보셨나요? 영상에 등장하시는 분은 정신장애인 당사자이신데,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 나오셨습니다. 현재 정신장애 관련 인권 단체에서 당사자들을 돕고 계십니다.    


제가 당사자들께 꼭 물어보는 게 있습니다. 한 달에 월급을 얼마나 받냐는 건데요. 대개 적습니다. 이분은 100만원을 조금 넘게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받은 월급 중에 가장 많았다고 자랑하면서 말씀하는 걸 듣고 있자니 갑갑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일반화할 수 없지만 그간 제가 만났던 여러 정신장애인들은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단순 노무,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일하고 손에 쥐는 돈 적죠. 매우 적습니다. 그 돈은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생존을 위한 비용으로 쓰입니다. 그들에게 노후 대비 같은 것은 사치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노동 여건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밀려나는 계층은 정신장애인 당사자 등의 저숙련 노동자들입니다. 참고로 영상 속 당사자는 직장도 있고, 주거 형편도 비교적 좋은 케이스입니다. 좋은 케이스가 이 정도인 겁니다. 


자립이 되지 않으면,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고립되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별로 없습니다. 이후 종종 부정적인 결론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제작진이 다큐를 만들면서 좀 들어낸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뷰이는 의료기관에서 남자 보호사에게 폭행을 당하고도 도리어 가해자로 바뀌어서 돈을 물어준 사연이나 삶이 고단하기 때문에 수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는 말을 담담하게 전했습니다.  


취재를 하고 있자니 궁금해졌습니다. 왜 정신장애인의 삶은 이리도 고단할까요. 


몇 년 전에 의료기관에서 폭행을 당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탐사보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 경찰 간부가 “정신병자들 말 안 들으면 몇 대 때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경찰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이 말이 우리사회가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 그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설상가상 현재 코로나19 3차 유행 때문에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을 때, 지금 우리에게는 정신장애인을 챙길 겨를도, 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위험한 현상입니다.   


정신과의사 사망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토론회와 공청회가 여러 번 열렸습니다. 그 자리에 당사자는 동석해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한 여름 국회 앞에서의 일입니다. 


그날 정신장애인들이 모여 구호를 외쳤습니다. 몇 걸음만 더 걸어가면 국회이고, 거기에서는 반듯한 양복을 입은 소위 전문가들만 모여서 어떻게 하면 정신장애인을 처리, 즉 사회로부터 격리할지를 의논했습니다. 밖에서 아무리 당사자를 배제한 채 정신장애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반인권적이라고 울부짖어도 꿈쩍도 안했습니다. 


취재가 끝나고 한 정신장애인이 제게 취재를 와줘서 고맙다며 생수를 손에 쥐어줬습니다. 국회에 숱한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음에도 내다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생수를 건네는 손끝에서 느낀 건 바로 절박함이었습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이제 변화를 고민할 때입니다. 


인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식이 바뀌면 여론이 만들어지고, 여론은 정책에 영향을 끼칩니다. 여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언론을 생각합니다. 중앙 일간지, 신문, 방송을 비롯해 특히 보건의료 분야를 좀 안다는 소위 보건의료 전문지 상당수는 정신장애인과 병원 사용자 중에서 후자에 더 치우친 논조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용자는 힘이 있고, 정신장애인은 힘이 없기 때문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아주 작은 변화의 시작은 어렵지 않습니다. 바로 독자의 참여로 가능합니다. 정신장애인에 대해 차별적이고 혐오 섞인 보도를 하는 언론을 질타하면 됩니다. 댓글로, SNS로 비판해주면 됩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혐오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조회 수를 챙기려는 자극적 언론보도는 부끄러운 것이다”라는 인식과 여론이 모아지면, 그래서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는 헌법의 정신을 구현하는 실제 변화를 위한 반보 내딛음이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변화는 강자에 의해 이뤄지지 않습니다. 대개 약자를 돕는 것은 약자입니다. 우리 모두 노동자이고 약자들입니다. 약자가 또 다른 약자, 정신장애인을 위해 손을 내밀었으면 합니다. 적어도 이 글을 보는 독자부터라도 말이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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