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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언니 수니 Oct 18. 2021

사상이 다른 가족이 함께 달려라 <운동회> 영화 리뷰

사상이 다른 가족이 빚어낸 한바탕 소동

운동회(2016)

드라마 한국 2018.03.22 개봉

76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김진태

주연: 김수안, 양지웅, 이정비, 최혁, 박찬영

네티즌 평점 7. 4

- 다음 영화 참조 -



어버이연합의 아버지, 부당 해고 시위하는 아들, 진보진영 급식소 봉사하는 며느리, 시위 진압 알바하는 손자가 한 데 모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각각 자신의 사상과 이익 때문에 서로 적대시하는 사회를 한 가족으로 묶어낸 점이 신선하다. 이 무거운 주제를 유머 있게 표현해 준 점에서 그 심각성에서 벗어나 한 번 더 생각할 여유를 준다.

주권회복 다음 네티즌 평점



다음 포탈을 가면 메인 뉴스가 항상 일면에 보인다. 제목을 보다 보면 머리가 아프다. 기사에 나오는 많은 일들이 실제 가족에게 한꺼번에 일어난다면 어떨까? 이런 상상을 영화에서 펼쳐낸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어쩌다 보니 시위 현장에서 서로 치고받고 싸우게 되는 웃기지만 슬픈 가족 이야기이다.


포스터를 보면 아역배우로 유명한 김수안이 주인공인 줄 착각할 수 있다. 주인공은 맞지만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걸 염두에 두면 좋다.


이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가족 이야기로 코믹스럽게 풀어내려고 했다. 심각하지 않게 그냥 재미있게 보면 충분히 웃음을 얻을 수 있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거실에서 다 같이 잠을 자고 있는 가족이다. 초등학생 9살 승희(김수안)가 시계를 보고 '악!' 소리를 지른다. 오늘 운동회에 가야 하는데 늦잠을 잔 것이다.


어른들을 하나둘씩 깨운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삼촌까지 그런데 다들 이상하다. 다리에 붕대를 감거나 손에 붕대를 감았다. 다들 몸을 심하게 다쳐서 난리도 아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경우 차를 운전하면서 운동회로 가는 가족이다.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이렇게 다들 부상을 입고 아파하는가?



이상한 가족들 이야기는 한 달 전으로 돌아간다.


승희 아빠는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처음에는 부당 해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 복직을 위해서 용을 써보지만 쉽지가 않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위대에 참여하게 된 아빠이다.


승희 엄마는 불교신자인데 우연히 김치를 담가주는 자원봉사센터에 가게 되었다. 거기에 잘생긴 센터장 신사적인 태도에 이끌려서 얼떨결에 교회 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하게 된다.


승희 할아버지는 막걸리를 무료로 주고 어르신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청년들에 우연한 만남으로 아버지 연합회에 가입해서 적극적인 활동하게 된다. 빨갱이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애국 노인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승희 삼촌은 영화 디자인 일을 열정적으로 꿈을 안고했는데 결국 일한 대가인 돈을 받지 못한다. 자취하는 생활비 내기도 벅차다. 그러다가 아는 선배가 추천하는 보안업체에서 일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승희는 학교에 짝꿍 남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 이번에 운동회에 2인 3각에 참여해서 일등을 하면 짝꿍을 바꿀 기회를 준다고 선생님이 말하자 솔깃한다.


한편 승희가 맘에 들어 하는 잘생긴 남학생이 있는데 그는 자기가 아닌 다른 여자와 사귄다. 승희는 질투심이 일어난다. 그래서 그 남학생 커플을 이기고 싶다는 의지가 솟아나고 짝꿍과 필사적으로 연습에 몰두하게 된다.



밤에 부당 해고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승희 아빠 회사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응원에 따뜻한 밥과 반찬을 지원하러 자원봉사 단체가 찾아간다. 단체 회원인 승희 엄마가 밥을 배식하다가 남편을 시위 현장에서 만나게 된다.


그전에는 남편이 회사를 잘 다니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인가? 남편은 아내가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도 아내가 자원봉사단체에서 일하는 줄 몰랐다. 서로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데 부당 해고 시위 현장에 갑자기 불법 시위 진압 보안요원들이 등장을 한다. 그 안에 승희 삼촌이 있다. 승희 삼촌이 일하러 처음 현장에 나왔는데 하필 이곳이다.


시위 진압 요원들은 회사 사람들을 야구 방망이로 무지막지하게 때린다. 시위대 사람들은 밥을 먹던 식판을 팔에 테이프로 감싸고 한 손에는 식판을 들고 맞서 싸운다. 이 장면이 어찌나 웃기던지 코미디 그 자체다.


금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리고, 방어를 하려던 자원봉사 센터장이 승희 삼촌을 때리고 있다. 그러자 승희 엄마는 남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센터장을 때리면서 말린다.


이때 아버지 연합회에서 빨갱이 시위대를 잡으러 지원 나왔다. 애국을 위해, 시위대를 혼내기 위해서 모였다. 승희 할아버지는 승희 아빠와 엄마를 보고 놀라게 된다.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아차 싶다.


서로 엉켜서 싸움이 점점 번지는데, 서로를 알아본 승희네 가족들은 이 싸움에서 빠져나와 도망을 친다. 도망치는 사람을 잡으려는 시위진압대와 아버지 연합회가 쫓아오고 난리가 아니다.


그때, 승희는 운동회에서 이기기 위해서 짝꿍과 2인 3각을 열심히 연습 중이었다. 그러다가 길을 잃었다.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 강가를 따라서 걸어가는데 황당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삼촌이 자기를 향해서 마구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승희는 아빠에게 지금 여기서 뭐 하느냐고 물어보니 황당한 아버지는 운동회를 하는 중이라고 얼버무리며 딸 승희와 함께 줄행랑친다.


결국 아픈 몸을 이끌고 잠을 자게 된 승희네 가족들이다. 아침에 운동회에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참여할 2인 3각 시합에는 늦지는 않았다.



승희와 짝꿍은 열심히 발맞추어서 걸어갔지만 중간에 짝꿍이 넘어진다. 승희는 짝꿍에게 손을 내밀어서 일어 세워주고 나중에 꼴찌로 들어오게 된다. 


운동장을 다 같이 신나게 도는 가족들이 보이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알고 보면 가족이지만 서로 생각이 다르다. 영화 속 할아버지는 빨갱이를 잡아야 하고 부당 해고에 시위를 하는 사람은 빨갱이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 빨갱이를 잡고 보니 바로 자기 아들이다.


해고 같은 것은 없을 줄 알고 마냥 사회에 관심 없이 낙천적으로 살던 아빠는 자기에게 그런 상황이 닥치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위에 참여하게 된다. 복직을 꿈꾸면서 시위하지만 점점 현실은 복직과 멀어진다.


절에 다니는 불교신자인 엄마는 자원봉사단체에서 성경을 접하고 다른 신앙인 기독교를 믿는 센터장에게 끌린다. 남편은 회사 생활 잘하는 줄만 알았는데 정리해고가 되어 복직 시위를 하고 있다니 뭐가 한참 잘못된 거 같다.


승희 삼촌은 일한 만큼 돈을 받고 싶지만 현실은 열정 페이만 강요한다. 선배 권유로 돈 벌기 괜찮은 일이라고 왔는데 시위대 진압하러 가는 것이라니 기가 막히다. 거기서 누나와 매형을 만나게 되다니 더 미칠 노릇이다.


영화 속에서는 가족이 모두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여 자신이 처한 현실이 무엇인지를 코믹하게 보여주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그렇게까지 드러나지는 않는다.


내 생각과 부모님 생각이 다르고, 내 생각과 남편에 생각이 다르다. 하지만 정착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같이 생각하는 줄 착각한다.


막상 이렇게 눈에 보이는 상황으로 벌어진다면 알겠지만, 현실은 전혀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펼쳐지기에 알아차리기에 너무 어렵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서 곪아 터진 후에 그것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웃기게 본다면 웃기는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 속에는 나름 사회적 비판의식이 담겨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사회에서 주입하는 것을 무작정 받아들이기보다는 한 번 더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만약 내가 저런 상황이라면? 만약 내 가족이 저렇다면 과연 마냥 세뇌된 대로 빨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비난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한바탕 엉뚱한 가족 소용돌이로 즐겁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감독에 의도와 생각거리가 떠오르며 한 번 더 재미를 준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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