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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an 21. 2021

채비 영화 리뷰

언제가 헤어질 모두를 위한 채비

채비(2017)

드라마 한국 2017.11.09 개봉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조영준

주연: 고두심. 김성균

네티즌 평점: 9.0

- 다음 영화 참조 -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엄마가 하늘나라로 간다. 손수건을 준비하고 봐야 하는 영화이다. 부모님과 어떤 이별을 해야 하는지? 부모님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지적장애인 아들을 평생 돌보며 살아온 엄마가 병에 걸려 죽기 전에 아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만든 계기는 조영준 감독이 우연히 보게 된 80대 노모와 50대 지적 장애인 아들의 삶을 다룬 TV 다큐멘터리였다고 한다. 노모가 아들에게 남긴 “엄마랑 한날한시에 꼭 같이 죽자”라는 메시지에서 그녀의 슬픔을 마음으로 오롯이 느꼈다고 한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인규(김성균)는 배가 고프다고 밥을 달라고 엄마를 깨우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인규는 몸은 서른 살이지만 정신연령은 일곱 살이다. 그런 인규를 돌보랴 정신이 없이 바쁘게 사는 엄마 애순 씨(고두심)이다.


인규에게 아침 밥상을 차려 주는데 계란 프라이가 빠졌다고 안 먹는다. 얼른 프라이를 만들어 주니 두 개를 덥석 다 먹어 버리는 식탐 많은 인규이다. 둘은 아침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선다. 새벽에 언덕 계단을 같이 내려온다.


애순 씨는 거리 가판대 작은 공간에서 물건을 팔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목사님 부부가 교회에 오라고 이야기하는데 헌금 때문에 전도한다고 매몰차게 거절한다. 그녀의 소원은 아들 인규와 같은 날 죽는 거라면서 기도나 해달라고 한다.


평범한 어느 날, 그녀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쓰러지고 병원에 간다. 의사는 그녀에게 뇌종양인데 수술이 급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대로 방치되면 1년이란 시간밖에 없다고 말이다.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은 애순 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바로 자신이 떠난 후에 홀로 남겨질 아들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그녀는 인규를 임신했을 때 어린 딸을 돌보면서 아픈 남편을 간호했다. 남편은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그녀는 인규가 자신 때문에 장애아로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평생을 함께 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젠 아들과 함께 지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들을 시설에 보낼 생각으로 여기저기 알아보지만 다들 예약이 밀려있다.


그나마 한 곳을 발견했는데 그곳 환경은 실내에 가두어 지체 장애아들이 생활하는 곳이다. 장난 좋아하고 흥이 넘쳐서 항상 뛰어놀고 싶어 하는 아들에게는 감옥 같은 느낌이 든다. 인규도 본능적으로 거부를 하고 엄마도 내키지 않는다.


그녀는 인규가 세상과 더불어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기로 한다. 구청 사회복지사 도움을 받아서 인규의 자립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엄마는 인규에게 요리하는 법을 알려준다. 장애인 자립에 관련 책을 읽어가면서 인규 눈높이에 맞는 훈련이 시작된다. 인규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수십 번에 실패 끝에 계란 프라이를 성공했다.


그리고 반찬을 사고 밥을 해서 밥상을 차리는 법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결국 인규 스스로 밥상을 차리게 된다. 엄마는 뿌듯해하면서 안심이 되어간다. 그 외에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법을 알려준다.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빵집에 취직되어 그곳에서 일도 시작한다. 차근차근 일상생활과 사회에 적응해가는 인규이다. 이제는 혼자서도 잘한다.


애순 씨는 또 한 번 갑자기 쓰러지게 된다. 이틀 만에 겨우 병원 침대에서 깨어났는데 인규가 혼자 잘 지내는지 걱정이다. 다행히 인규는 직장도 잘 다니고 밥도 잘 챙겨 먹고 지낸다. 그녀는 수술 날짜를 계속 미루다가 결국 수술할 시기를 놓쳤다.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되는데 그녀는 이제 이별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예전에 핀잔주던 목사님을 찾아갔다. 그녀가 부탁할 것이 있다는 것이다.


아들에게 죽음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라고 한다. 목사님은 인규에게 엄마가 돌아가시면 하늘나라에서 인규를 지켜보신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엄마는 아들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설명해주기 위해서 병든 병아리 3마리를 사준다. 그중에 젤 약한 병아리가 죽었다. 엄마는 죽음이 이런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면서 엄마도 곧 하늘나라에 간다고 알려준다.


엄마는 어느 날 인규와 같이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걷고 있는 인규이다. 그의 등에는 엄마가 업혀있다. 엄마는 예전에 인규를 등에 업고 큰 딸과 함께 바다를 걸었던 추억을 떠올린다. 그녀의 표정은 평화롭다.


그렇게 애순 씨는 하늘나라로 갔다. 그녀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평소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회복지사 부부가 찾아온다. 그에 눈에 인규는 이상하다. 엄마가 죽었는데 표정이 싱글벙글하다.


애순 씨가 화장되는 순간에도 인규는 해맑게 웃고 있다. 애순 씨는 마지막 부탁을 인규에게 했다. 마지막 가는 길에 너는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달라고 말이다. 웃고 있는 인규 눈에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누나가 동생 인규가 잘 지내는지 빵가게에 들렀다. 인규는 빵을 잘 만들고 있다. 인규는 장애인들과 함께 북한산을 오르기 위해 준비 운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면서도 울음이 나오고 이 글을 적으면서도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나온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 엄마이다. 엄마와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두 번 찾아온다. 첫 번째가 독립이고 두 번째가 죽음이다.


애순 씨는 아들 인규와 죽음에 대한 이별을 하면서 아들을 자립시켜야 하는 미션까지 함께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녀는 미션을 잘 수행했고 아들 품에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저세상으로 떠났다.


영화 속 애순 씨 캐릭터는 억세고 강한 주도적인 성격이다. 그녀는 누구에게 도움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감내하고 극복하려고 한다. 그녀가 회사를 다녔다면 커리어 우먼이 되어 임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재능을 아들 자립 훈련에 힘을 보탠 것이다. 어찌 보면 절박한 상황에서 재능이 터져 나왔나 보다. 지적 장애인 아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연습하도록 하여 홀로서기를 성공하게 만든 것이다.


장애인들 자립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에 대해서도 영화는 말하고 있다. 장애인들 일자리, 장애인들 거주 시절에 대한 개선, 장애인들 가족에 대한 지원 등등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엄마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우러나서 전화나 문자를 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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