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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an 11. 2021

걷기왕 영화 리뷰

재능과 노력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걷기왕(2016)  

드라마 한국 2016.10.20 개봉

93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백승화

주연: 심은경, 박주희

네티즌 평점: 6.9

- 다음 영화 참조 -


신기하게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걷기 이야기인데 중년의 나이인 나에게 와 닿았다. 시골학교 무공해 이야기 속에는 재미가 들어있다. 거기다가 살짝궁 메시지까지 덤으로 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멀미가 심해 걸어서만 다니는 만복이, 그녀가 경보 운동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영화를 보며 순수했던 고등학교 학창 시절로 잠시 돌아가 추억에 잠기고, 동시에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시간이었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인천 강화도에 살고 있는 만복이(심은경)를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타면 멀미를 심하게 한다.


그래서 그녀는 왕복 4시간 거리의 고등학교를 걸어서 다니고 있다. 걸어 다니느라 피곤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수업시간에 잠만 잔다. 세상만사 태평한 만복이는 꿈도 열정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여고 1학년생이다.


어찌 보면 그녀의 학창 시절은 나랑도 비슷하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라고 하니 책상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교무실에서 만복이는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된다. 선생님이 만복이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지만 없다고 대답한다. 잘하거나 하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도 딱히 생각하는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만복이가 아침에 2시간씩 걸어서 학교에 온다는 사실에 놀란 선생님은 만복이 집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가정방문을 하러 만복이와 함께 걸어간다.


2시간 걸어가는 것을 검색해보니 거리가 10Km이다. 보통 만보 걷기를 하면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니깐, 왕복 4시간이면 2만 7천 정도 걸음인 것이다.


녹초가 된 선생님은 만복이 집에 도착해서 만복이 부모님과 같이 저녁을 먹는다. 다행히 만복이와 부모님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선생님은 불현듯 만복이가 걷기를 잘하니 육상부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된다. 만복이를 육상부 선생님에게 추천해준다.


만복이는 이제 육상부에 들어왔다. 그녀가 훈련할 종목은 바로 '경보'이다. 그녀가 젤 잘하는 걷기를 본격적으로 연습한다.


매사 설렁설렁 살았던 만복에게 육상부는 완전 다른 세상이다. 그녀의 경보 선배 수지(박주희)는 죽기 살기로 연습에 매진한다.


수지 선배는 마라톤 선수였는데 발목 부상을 입고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경보로 종목을 변경해서 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그녀는 경보로 전국대회 상위권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나름 열심히 운동을 하는 만복이지만 수지 선배 눈에는 한없이 모자라 보이는 것이다. 공부는 하기 싫고 운동이 쉬워 보여서 막연하게 시작한 만복이에게 수지 선배는 대충 할 거면 그만하라는 냉정한 말을 한다.


인천지역 경보 선발전에 출전하는 만복이와 수지 선배이다. 그런데 만복이는 강화도에서 인천으로 이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야 한다. 인천 가는 버스에서 멀미를 심하게 하는 만복이다.


결국 컨디션이 엉망인 만복이는 선발전에서 탈락을 하게 된다. 상심하게 된 만복이는 육상부를 그만둔다.


다시 예전 일상으로 돌아간 그녀이다. 하지만 뭔가가 불안하다. 학급 친구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육상부 친구들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불안하다.


담임 선생님과 다시 상담을 하는 만복이다. 담임은 육상부에 이야기 잘할 테니 다시 경보를 하라고 한다. 만복이가 자기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재능이 없다고 말하니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다.


노력은 끝이 없는 거야. (걷기 왕 영화)


선생님의 설득에 다시 육상부로 들어간 만복이다. 약물로 탈락한 선수들 대신에 운 좋게 그녀가 서울 전국대회에 출마하게 되었다.


목표가 생긴 만복이는 예전과 달라졌다. 수지 선배와 엄청난 연습에 몰입하기 시작한다. 자신도 수지 선배처럼 죽을 만큼 연습하겠다는 의지가 솟아난다. 과도한 훈련 탓에 발가락에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것을 숨기고 계속 연습에만 매달린다.


경보대회가 열리는 곳은 서울이다. 멀미로 교통수단을 탈 수 없는 만복이는 걸어서 가기로 결심한다. 강화도에서 서울운동장까지 걸어서 하루가 걸린다. 경기 전날 강화도에서 수지 선배와 만복이는 배낭을 메고 신발끈을 묶고 둘이 출발한다.


항상 대중교통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내 눈으로 내 발로 강화도에서 서울을 걸어가 본 적은 없다. 국토대장정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도 들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내 발로 한국 곳곳을 걸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강화도에서 서울로 걸어가는 험난한 여정이다. 중간에 수지 선배는 큰 부상을 입게 되고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에 가게 된다.


만복이 혼자서 서울운동장에 경기시간 전에 겨우 도착했다. 자신의 출전 번호가 찍힌 운동복을 입고 경보 경기장 출발선에 서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열심히 걸어가는 만복이다. 그녀가 선두이다. 전국체전이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고 있다. 부모님도, 수지 선배도, 담임 선생님, 학급반 친구들도 응원해주고 있다.


10바퀴를 모두 돌아야 하는 경기에서 8바퀴째까지 일등으로 걸어가는 만복이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모든 노력을 부어 힘껏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너무 열정적이었나? 페이스를 오버해서 무리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그녀는 점점 지쳐가고 있다.


9바퀴를 돌고 있을 때 선두로 계속 나가는 만복이를 뒤따라오는 우승 후보 서울팀이 만복이를 추월하려고 속도를 올린다. 그러면서 서로 자리싸움을 하다가 엉켜서 다 같이 넘어져 버리게 된다.


다른 서울팀 선수들은 일어나서 다시 걷는데 만복이는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 벗겨진 신발과 발가락 부위에 피가 흥건하게 고인 양말이 보인다. 만복이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본다. 그리고 그녀는 경기를 포기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녀는 선배 수지와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는 모습이 나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는 강화도 시골 풍경이 이쁘게 펼쳐지고 사람들 캐릭터가 하나같이 재미있고 따뜻하다. 특히 만복이 담임 선생님과 육상부 선생님 캐릭터는 보는 내내 미소 짓게 만들어준다.


학창 시절 선생님에 대해서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선생님이란 저런 존재이구나 느끼게 되어 좋다. 학생들 마음을 이해해주려고 하고 학생들을 좋은 길로 안내해주려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선생님들이다.


도시 선생님들과 달리 강화도이기에 가능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크나큰 행운이기에 이런 선생님들이 현실에서도 많기를 기대한다.


공부하기 싫은 친구들이 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그 친구들은 공부를 어슬렁하는 평범한 학생들보다 몇십 배, 몇백 배 , 더 노력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끔 부상을 당한 운동선수들이나, 공부를 꼴등 하던 운동선수들이 영어나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유는 엄청난 연습을 했던 습관이 몸에 베여있기에 무엇을 도전해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나는 만복이와 수지 선배처럼 죽도록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며 노력을 했었나 물어보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없다. 학교를 다닐 때에도 노력을 했지만 대충 했고, 회사를 다녀도 열심히는 했지만 죽을 각오로 열심히 한적은 없다.


50살이 다가오는 나에게 반성이라는 단어가 다가온다. 성공을 원했지만 죽도록 노력을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회 탓, 남 탓, 환경 탓을 했었다. 운동을 하기 전 고1 만복이는 어쩌면 예전에 내 모습, 지금의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만복이는 강화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분명히 걷기를 잘한다. 하지만 인천지역에서 젤 잘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서는 더욱더 아니다. 그녀가 걷기 대회에 출전하는 순간, 그녀는 수많은 걷기 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아무리 내가 재능이 있더라도 엄청난 노력이 없는 한, 강화도에서, 인천에서, 전국에서, 세계에서 젤 잘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력은 끝이 없다고 선생님이 이야기한 것인가?


만복이는 나중에 경기를 포기하고 하늘을 쳐다봤다. 노력도 하지 않고 하늘만 쳐다봤던 나와는 달리, 그녀의 눈에는 하늘에 무엇이 보였을까? 궁금하다.




만복이 담임 선생님이 육상부를 추천해주었다. 만복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만복이가 노력을 하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재능을 찾아주었다.


사주명리학이 자신의 재능을 찾는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무엇인지? 자기가 가진 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일지를 보면 자신의 무기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만복이가 담임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운을 맞이 했듯이, 자신의 사주 명식을 들여다보고 공부하면 스스로 적성을 찾을 수 있다.


그 길을 찾은 후에는 엄청난 훈련이 들어가야 한다. 그 분야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말이다. 그러나 죽을 만큼 노력을 했다고 해서, 결과가 원하는 바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시절 인연이 찾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만복이가 전국대회에서 경기를 중간에 포기한 것은 자신이 걷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1등이라는 결과에서 보상을 받으려는 것이 아닌 노력하는 과정에서, 걷기를 연습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가을의 열매에만 사람들이 주목하지만 그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겨울, 봄, 여름을 만끽하고 노력을 하고 넘어와야만 가을에 결실을 거둘 수 있다.


만복이에게는 천을 귀인이 한 명 있다. 바로 수지 선배이다. 그녀는 만복에게는 경쟁심을 유발하는 겁쟁이다. 사주에서 겁재는 재물을 빼앗아 가는 타인으로 비유하여 좋지 않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겁재인 수지 선배는 만복에게 자극을 주어, 그녀를 더 연습에 매진하게 만든다. 선배도 잘하는데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를 준다.


내 주변에 겁재들은 어찌 보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안내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준다. 오기가 생겨서 더 노력하게 만들어준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맞다. 그래서 주변에 나보다 더 나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은 큰 행운인 것이다. 배가 아파서 나도 돈을 모아서 땅을 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한 사람들의 유기농 웃음을 전해주는 걷기 왕 영화는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볼 수 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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