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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an 25. 2021

욕창 영화 리뷰

겉으로 보면 모르는 가족 이야기

욕창(2019)  

드라마 한국 2020.07.02 개봉

99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심혜정

주연: 김종구, 강애심, 전국향, 김도영

네티즌 평점: 8.3

- 다음 영화 참조 -


영화를 보고 나면 여운이 많이 남을 때가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이 멈추질 않는다. 영화 속 이야기이지만 마치 나와 내 집 이야기처럼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영화에 유명한 배우도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군데군데 흥미 있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족 구성원에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도 있고 가족 이야기 재료를 잘 비벼 맛난 비빔밥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욕창에 걸린 엄마를 둘러싼 아버지, 간병인, 딸, 아들 각자 다른 생각이 현실에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영화 포스터에 이렇게 적혀있다.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모른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가족도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면 모른다는 것이다. 영화는 가족에 속을 자세하게 보여주려고 한다.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가 문제거든요.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 한 가족이 있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 길순(전국향)이 침대에 누워있다. 그녀를 돌보며 같이 살고 있는 남편 창식(김종구)은 공무원을 퇴직한 70대이다.


창식이 집에는 아내를 돌보는 간병인 수옥(강애심)이 같이 살고 있다. 40대 수옥은 중국에 남편과 자녀가 있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 그녀는 비자가 만료되어 불법체류자 신세이다.


간병인 수옥은 아픈 길순이를 할머니라고 부르고 창식이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면서 잘 챙겨준다. 그런데 어느 날 길순이 허리에 욕창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창식은 딸 지수(김도영)에게 연락한다. 엄마가 욕창이 생겼다고 말이다. 다음날 지수는 엄마에 욕창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 간병인이 잘 돌보지 않았나 추궁도 한다.


그녀는 간호사를 데리고 와서 엄마 욕창 상태를 확인한다. 간호사는 욕창을 관리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식염수로 잘 닦아주고 수시로 자리를 바꾸어 가면서 눕혀야 한다는 것이다.


간병인 수옥은 쉬는 날에 외출을 하는데 꽃단장을 한다. 그런데 평소에 간병인에게 마음이 있었던 창식은 수옥이 어디로 가는지 미행한다. 수옥이 낯선 남자와 7080 술집에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상심하는 창식이다.


창식이는 잘 챙겨 먹고 운동도 꾸준히 하여 건강하다. 자기 몸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다. 아내와 달리 건강한 창식은 누워있는 아내를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자신에 마음은 애교가 있고 생활력 있는 수옥에게 기울어간다.


한편 창식은 그나마 아내에 관련된 일이거나 집안일이 생기면 딸에게 많이 의지한다. 딸이 이것저것 많이 신경 써주고 챙겨준다.


딸 지수에게는 오빠가 두 명이 있다. 큰 오빠는 과일가게를 운영하면서 하루하루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작은 오빠는 미국에 유학을 가서 지금도 미국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공부 잘해서 미국에 간 작은 오빠에게 많은 지원을 했다. 그래서 큰 오빠는 상대적으로 아버지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차별받았다고 불만이다. 그래서 큰 오빠는 아버지와 엄마에 대해서 신경을 잘 안 쓰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딸 지수는 두 오빠를 대신해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챙겨주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공방을 운영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부모님에게 잘해주려고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맘이 매번 편하지는 않다. 거기다가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거 같고 자기에게 신경을 안 써준다.


간병인 수옥은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짜로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 간병인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러자 평소에 그녀를 좋아했던 창식은 자기와 결혼하자고 한다. 자기와 결혼하면 공무원 연금도 200만 원 이상 나온다고 말이다.


창식은 가족을 모두 모아놓고 회의를 한다. 딸과 큰아들 그리고 며느리가 있다. 자신은 수옥과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누워있는 엄마를 이 집에서 잘 보살피고 나도 좋고 간병인도 좋다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작은아들은 아버지 하고픈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한다.


가족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것이다. 딸 지수는 법적으로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그래서 간병인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말이다.


창식은 그러면 간병인이 나가면 내가 어떻게 혼자서 엄마를 케어할 수 있겠냐고 되묻는다. 엄마는 요양원에 보내고 아버지는 실버타운으로 가야 되지 않느냐는 자식들 이야기가 나온다. 그럼 돈이 어디서 나와서 요양원에 가고 내가 실버타운으로 가느냐고 화를 내는 창식이다.


그러자 큰아들은 여태 나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왜 이제 와서 나에게 뭘 해달라고 하느냐고 소리를 치면서 집을 나가버린다. 속상한 딸 지수는 간병인에게 아버지가 결혼하자고 해도 말려야지 왜 그러냐며 혼낸다.


한마디로 아픈 엄마를 두고 가족들이 다들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다. 속이 타는 지수이지만 그녀도 딱히 이렇다 할 방도가 없다.


한바탕 가족싸움이 끝나고 지수는 부모님 사골국 해 드시라고 사온 뼈에 핏물을 빼고 있다. 간병인 수옥에게 말해서 챙겨 먹으라고 한다. 창식은 그런 딸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가스불 위에 사골을 우리고 있다. 수옥은 장 보러 간다고 밖으로 나간다. 창식에게 가스불은 자기가 장 보고 와서 끌 테니 내버려 두라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밖으로 나갔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불법체류자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간다. 누군가 신고를 했나 의심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리고 낮잠을 자던 창식은 목에 기침을 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난다.


집과 방안이 온통 연기로 뒤덮였다. 창식은 아내에 방으로 가서 보니 그녀는 숨을 쉬지 않는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하려는 창식, 그는 계속 기침을 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가 끝난 후 상상되는 결말은 무엇일까? 간병인은 한국에서 추방당하고 욕창에 시달리는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리고 아버지 창식은 실버타운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 집에 엄마가 아파서 누워 계신다면 과연 어떠할까 생각해보니, 이 영화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풀릴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이 드니 우울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고민이 있다. 뇌출혈로 쓰러진 길순은 거동을 할 수 없어 모든 것을 타인에게 의존한다. 남편이 자기에게 신경 써주지 않고 다른 여자에게 관심 두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볼 수밖에 없다.


창식은 아직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청춘인데 아내가 아프니 답답하다. 그에게 살갑게 잘 대해주는 수옥이 맘에 든다. 그녀와 결혼해 비자 문제를 해결하면 나도 좋고, 그녀가 아내도 간병을 해주고 일석이조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철부지다. 한집에서 두 명에 여자와 살고 싶어 하는 70대 할아버지다.


딸 지수 가정도 위태하다. 남편 바람이 의심되고 딸과 사이도 좋지 않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픈 엄마를 신경 써야 하고 나이 든 철부지 같은 아버지를 챙겨야 한다. 두 오빠가 있지만 한 명은 미국에 있어서 도움도 되지 않고 그나마 가까이에 사는 오빠는 아버지와 갈등 때문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 그녀 어깨에는 짐만 가득이다. 삶이 고달프다.


창식이 큰아들은 동생과 자신을 차별한 아버지 때문에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에게 불만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기본적인 도리 외에는 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죽으면 이제 끝이라는 푸념에 아내는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우리 몫에 재산은 챙겨야 한다고 말하며 실리를 추구한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미국에 사는 아들은 부모님에게 혜택은 받았지만 미국에 산다는 이유로 어떤 효도도 하지는 않는다. 돈도 없어서 경제적인 지원도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아들이 안쓰럽다고 감싸는 창식이다. 집안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기에 아버지가 간병인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니 아버지 하고 싶은 대로 하시라고 오히려 바람을 잡는다.


불법 체류자인 수옥은 중국에 있는 남편과 자식에게 생활비를 보내며 살아간다. 그녀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안정된 신분이 아니기에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하기가 어렵다. 중국에 자식과 비자 문제로 항상 걱정이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창식이 할아버지가 결혼하자는 솔깃한 제안은 쉽게 거부하기 어렵다.


길순에게 생긴 욕창은 가족들에게 숨겨졌던 개인에 욕망을 드러나게 하고 그들 마음속에 간직한 상처들이 아직 진행 중임을 알게 해 준다.


욕창은 몸을 움직이지 않고 오래도록 고정된 상태에 있으면 살이 썩는 질병이다. 욕창이 생겼을 때야 비로소 우리 자신은 자기에 상태를 인식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살이 썩어가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을 되돌아본다.


어쩌면 욕창이 생긴 순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드러나지 않으면 모를 테니 말이다.



하나에 사건으로도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며 엉켜서 살아가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너무나도 복잡하다. 특히 가족 간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좋은 관계를 이미 유지하고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영화같이 부모님이 아프다던지 하는 일이 생기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온갖 문제들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사주명리학을 배우면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가 가진 생각이나 주장이 다른 이에게는 어떤 모습일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내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보일지 어떤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내 안에 숨겨진 욕심이나 욕망이 무엇인지 자세하게 알아차려 간다면 타인에 욕망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하고 나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가족에게 대했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과연 나는 영화 속 가족들처럼 되지 않을 마음을 가졌는지 돌아보게 된다.


영화 속 배우들이 감칠맛 나게 연기를 잘했다. 이야기 전개도 재미있게 부드럽게 전개된다. 가족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시간이다. 특히 중년에 시절 보내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와 닿을 것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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