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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an 29. 2021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영화 리뷰

불가항력 같은 순간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2014)  

드라마 2015.03.12 개봉

스웨덴,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주연: 요하네스 쿤케, 리사 로벤 콩슬리

네티즌 평점: 7.3

- 다음 영화 참조 -


영화 제목이 포스 마쥬어(Force Majeure)이다. 무슨 뜻인가 찾아보니 불가항력, 즉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힘이라고 적혀있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스키장으로 휴가 떠난 가족에게 눈사태가 일어나고 순간 도망간 아빠와 그를 지켜본 엄마와에 갈등 이야기이다.


영화감독은 사람들은 아주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의 예상과는 매우 다르게 반응하고, 특히 이기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실제로 자연재해나 인질극, 배의 침몰 같은 사건을 겪은 많은 부부들은 트라우마 때문에 이혼을 했다고 한다.


만약 나에게 대응할 수 없는 그런 자연재해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면? 영화는 그 궁금증을 자세하게 펼쳐준다. 하얀 눈이 쌓인 멋진 설산 풍경과 함께 말이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스키 리조트에서 즐거운 휴가를 보내기 위해 도착한 한 가족이 있다. 남편 토마스, 아내 에바 그리고 7살 딸과 5살 아들이다.


휴가 둘째 날, 눈 덮인 야외 리조트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산꼭대기에서 엄청난 양의 눈덩이가 쏟아져 내려오기 시작한다.


이것이 진짜 눈사태인지 아닌지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식당으로 돌진하는 눈이다. 에바와 아이들은 공포에 휩싸여 토마스를 찾는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토마스는 본능적으로 식당을 뛰어나갔다. 알고 보니 가짜 눈사태였다. 가족은 안심하게 된다. 그러나 에바에 마음에는 남편에 대한 실망이 가득하다. 자신은 위기의 상황에서 모성애로 아이들을 감싸 안고 있었는데 남편은 줄행랑친 것이다.


그때부터 에바는 남편에게 잘못을 인정하라고 말을 하지만 토마스는 자기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그 역시 그렇게 도망친 자신이 창피한 것이다. 그래서 숨기고 싶은 것이다.


에바는 남편 거짓말에 흥분하게 되고 휴가 온 남편 친구와 그의 여자 친구 앞에서 급기야 증거 동영상을 내민다. 토마스는 불편하고 황당하지만 자신이 도망쳤다고 보이는 동영상에 움찔하며 난처하게 된다.


토마스는 어쩔 수 없는 본능적인 행위라고 항변을 하지만 아빠로서 남편으로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토마스와 에바의 말다툼이 급기야 토마스 친구 커플에게도 전염된다. 여자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모성애가 발휘되지만 남자는 아니라는 둥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서로 말다툼을 하게 된다.


토마스와 에바의 아들과 딸도 엄마 아빠의 신경전에 불안하다. 엄마 아빠가 이혼하지는 않을까? 자신들은 버려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아들과 딸이다. 그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엄마 아빠에게 퉁명스럽게 대한다.


마지막 스키를 타러 가는 가족이다. 토마스는 마침 위험에 처한 아내 에바를 구해주면서 가족은 다시 평화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웃음 짓는 행복한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단란한 모습을 찾아간다.


비행기를 타러 가기 위해 공항 리무진 버스에 토마스 가족이 앉아있다. 버스 운전사는 험준한 협곡을 운전하고 있다. 운전에 미숙함이 있는지 버스가 출렁인다. 마치 아찔한 절벽에 버스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다.


에바는 무섭다고 말하면서 버스 운전사에게 잘 운전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여전히 버스는 위태롭게 간신히 내려가고 있다. 위험하다고 생각한 에바는 갑자기 버스를 세워달라고 한다.


급기야 버스에서 먼저 내리는 에바이다. 그러자 버스 안에 있던 승객들도 불안한 나머지 다 같이 따라서 우르르 내린다. 다행히 버스는 급경사 커브를 잘 운전해서 먼저 내려간다.


졸지에 버스 승객들은 하나밖에 없는 리무진 버스를 놓치고 다 같이 걸어서 산을 내려가는 장면이 나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토마스를 가족을 먼저 생각하지 않는 부성애가 부족한 사람으로 만든 에바, 그녀 역시 위기의 순간 자신이 먼저 도망을 쳤다.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 상황에서 자신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유명한 일본 마루타 모성애 실험이 있다. 자료 참조 https://theqoo.net/square/1172314201


방안에 온도를 올리면 대부분 시간 동안 엄마들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다. 하지만 바닥 온도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올려버리면, 엄마들은 살기 위해서 아이를 바닥에 깔고 그 위로 올라간다는 잔인한 실험이다.


이 영화나 일본 마루타 실험처럼 인간에 생존본능은 그 어떤 것보다도 앞서는 엄청난 힘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 생존본능을 거슬러서 선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있을까? 아마도 극소수 성인들일 것이다.


교회에 예배를 보면 주기도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왜냐하면 시험에 드는 사람은 대부분은 통과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생존본능이 모성애나 부성애, 인류애, 측은지심 이 모든 것들을 파괴시켜버린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는 것들이 알고 보면 이 생존본능에 반대되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더라도 전쟁 같은 처참한 생존본능을 깨우는 환경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마지노선을 만드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닌가 싶다.




사주명리학 측면에서 보자면 일원이 생존본능을 말하는 건 아닐까 싶다. 연월일시 여덟 글자 중에 하나인 일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 바로 생존을 위한 자신만의 방식은 아닌가 싶다.


임수 일간인 나를 예를 들면 임(壬) 수(水)는 계절로 따져보면 겨울이다. 모든 운동이 멈추는 시기이다. 나뭇가지도 이미 없고 곰이 동굴에 들어가서 조용히 잠을 자는 시기이다. 휴식에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내가 행동하는 방식은 일단 아무런 대응이나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대로 방치한다.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문제 자체를 거부하는 식으로 흘러가버린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이런 문제를 드러낸다.


그래서 잘 풀리지 않은 인간관계는 그냥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관계는 그 상태에서 멈추고 절단이 나버린다. 북극에 있는 얼음이 풀려 녹는다면 지구에 큰 재앙이 오듯이, 나에게도 그 얼음이 풀리는 순간은 엄청난 감정에 폭풍이 몰아친다.


내 기억에 냉동고가 잘 작동하는 것이 유리한데, 편인운이라는 것이 들어오면 마치 겨울에 쌓였던 눈이 녹는 것과 비슷하다. 더러운 흙이 묻고 질퍽한 길이 보이듯 말이다.


살아가면서 내 생존본능을 확인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상황을 마주하여 내 바닥을 보이 싶지는 않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포장된 삶을 계속 살고 싶다.


다시 주기도문 기도를 해야겠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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